'단일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삼성전자의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 배경에는 유례없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자리잡고 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기술 경쟁력 회복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인한 메모리 업황 반등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언젠가 다가올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하락기를 대비해 파운드리 등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초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열풍이 계속되며 HBM 등 최신 D램을 생산하는 메모리 메이저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공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감소, 가격이 급등하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지난해 사상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한 것 역시 이러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평가다. 5세대 HBM(HBM3E) 등 메모리 부문 경쟁력 회복이 실적에 분명히 기여했지만 구조적으로 업황 효과를 크게 봤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영구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메모리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과거 메모리 호황기에 실적이 급증했다가 다운턴을 맞으며 수익성이 둔화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라며 "AI 수요가 폭증하는 비정상적 시장 상황 덕에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도 기록적인 이익을 내는 상황인 만큼 '슈퍼사이클 착시'에 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시황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추려면 결국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비중이 약 75%로 나머지가 메모리(25%)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재고 충당금 관련 일회성 비용 제거와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파운드리에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4분기 역시 선전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1조7000억원 상당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 규모 차세대 AI칩을 수주하고, 갤럭시26 시리즈에 자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2600' 탑재를 확정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수율 안정, 본격적인 물량 확대 등은 과제로 거론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8%로 1위인 대만 TSMC(71%)와 여전히 격차가 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4분기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 기업이 모두 역대급 실적을 세웠는데 반도체 업황 자체가 워낙 고점에 있기 때문"이라며 "비메모리 분야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이 뛰면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러 경영환경 가운데 주요 부품의 재료비, 특히 메모리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주요 부품 가격 인상은 출하량이나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