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포스코 고망간강…방산용 소재 등 시장 확대 가속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암모니아로의 미래 에너지 전환까지 고려해 만든 제품입니다."
지난달 2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이순기 미래철강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9% 니켈강'은 암모니아 특유의 독성과 부식성 때문에 이를 담는 재료로 사용할 수 없지만, 고망간강은 관련 승인을 받아뒀다"며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환경규제가 강화 속에서 고망간강은 경쟁력 있는 강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영하 165℃의 극저온에서도 견디는 고망간강은 스테인리스강·9% 니켈강에 이어 등장한 LNG용 강재다. 9% 니켈강이 1940년대 개발된 점을 감안하면 약 80년 만에 나온 신소재다. 9% 니켈강과 성능이 유사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은 훨씬 뛰어나고, 유연하게 잘 늘어나는 성질 덕분에 저장탱크 형태로 가공하기도 쉽다.
포스코가 고망간강 연구에 착수한 것은 2007년이다.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이 수석연구원은 "망간 함량을 높일수록 쉽게 부서져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보니 각종 인증 획득, 운영 실적 확보 등도 만만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투자를 이어간 건 향후 고망간강의 역할이 분명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시대가 도래하면 수급이 불안정하고 비싼 9% 니켈강을 대체할 소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액화수소용 차세대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이앤씨·포스코인터내셔널(87,300원 0%) 등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고망간강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5호 저장탱크에 고망간강을 육상용으로 처음 상용화했고, 이어 6~8호기에도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포스코의 선제적 연구는 빗발치는 고객사들의 문의로 결실을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EPC(설계·조달·시공) 업체가 수주한 카타르 액화에틸렌가스(LEG) 터미널 저장탱크에 고망간강이 적용된 것을 비롯해 한화오션(133,000원 ▲1,200 +0.91%)도 자사 선박에 고망간강 LNG 탱크를 사용 중이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이어진 상용화 확대를 바탕으로 시장을 더 넓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초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8대 핵심 전략 제품에 포함되며 전담 조직도 꾸려졌다. 광양과 포항제철소에는 고망간강 생산 설비 구축을 마쳤고, 국제 규격과 인증도 대부분 끝냈다. 이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연구진이 중심이었다면 이제 제철소 현장 조직·마케팅 등과 함께 용도 발굴과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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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의 또 다른 활용 분야로 방산을 꼽았다. 그는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아 스텔스(은폐)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수상함과 잠수함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HD현대·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 HD현대중공업과는 고망간강 기반 차세대 함정 신소재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해외 철강사들을 추격하는 입장이었다면, 고망간강은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며 "이 같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철강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