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자 배터리업계도 긴장한 표정이다. 전기차 전방 수요 부진에 시달려온 K배터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만든 이차전지용 양극재의 미국 수출 물량에는 현재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양극재의 경우 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이 만들고 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면 여기에 붙는 관세가 25%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소재업계는 일단 미국의 후속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을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관세가 인상되면 이로울게 없다는 입장이다.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의 가격에 추가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배터리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전기차 가격의 상승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수요 부진이 더욱 장기화될 수도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상승세가 둔화된 상황 속에서 엎친데 덮친 셈이다. 지난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포드 등 현지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을 종료하거나 비중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국내 배터리사들이 미국에서 체결했던 '조 단위'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거점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G화학은 현재 미국 테네시에 연산(연간생산량)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도 캐나다에 GM과 양극재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춘 상태여서 관세의 직접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전체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반길 일이 아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볼륨이 큰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며 "관세까지 25%로 오른다면 전체 미국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의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자체가 거대한 불확실성"이라며 "실제 관세 인상이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기업 경영에 도움될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제약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에 대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