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AI(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기술의 출처보다 얼마나 빨리 도입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마르셀로 H. 앙 주니어(Marcelo H. Ang, Jr.)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기계공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효과적인 피지컬 AI 도입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7년째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재직 중인 앙 교수는 로봇 공학 및 자동화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첨단로봇센터(ARC) 소장을 맡고 있다. 앙 교수는 지난 2015년 싱가포르 최초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 운행을 시연했고 2016년에는 자율주행 스쿠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로봇들이 마라톤, 암벽 등반, 스모 등의 경기를 펼치는 싱가포르 로봇 게임을 처음 구상하고 시행해 로봇 대중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 도입에 있어 '열린 사고'를 강조했다. AI 솔루션 전체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선의 답을 탐색해 좋은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즉 (자동차를 만들 때) 바퀴라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발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최고의 솔루션을 찾아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각국의 (AI 시스템 구축) 성공 사례를 찾고 이를 고도화해 반도체, 조선, 자동차, 핸드폰, 방위산업 등 핵심 산업에서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런 전략이 AI가 빠르게 전 산업을 재편하는 시대에 한국이 혁신적인 국가로 남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 발달을 위해서는 보다 가치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봇 특성상 하드웨어 확장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데이터 처리량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앙 교수는 "현재의 GPU(그래픽처리장치) 병렬 처리 능력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피지컬 AI의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데이터의 양과 복잡성이 커질수록 단순한 하드웨어 확장은 한계에 부딪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적은 데이터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미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중요하지 않거나 품질이 낮은 데이터는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규모 모델 의존도를 낮추는 효율적 모델 △선택적 학습과 실시간 적응을 포함한 지능적 데이터 전략 등이 대두될 것이라는 게 앙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MIT의 다니엘라 루스(Daniela Rus)가 주도한 리퀴드 뉴럴 네트워크처럼 동적으로 적응하며 자원 소모가 적은 모델이나 연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혁신이 피지컬 AI가 확장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앙 교수는 3~5년 뒤 피지컬 AI가 제조업 현장을 크게 바꿀 것이라 내다봤다. 피지컬 AI가 탑재된 자율 로봇이 대부분의 제조 공정을 수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는 향후 3~5년 동안 반복적이고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제조업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라며 "인간 노동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역할은 주로 시스템 감독, 예외 상황 관리, 전략적 의사결정 등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인적 자원의 최적 활용을 통한 생산성 대폭 향상 △인간 개입 최소화로 달성되는 높은 품질 △개선되는 근무 경험 등이 실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변화시킨다"며 "노동자들은 보다 의미 있으면서 지적으로 도전적이고, 창의성과 지능에 부합하는 역할로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인간과 로봇의 효과적 협업은 직관적 상호작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로봇에게 쉽게 지시하고 행동을 수정해 로봇으로부터 제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파트너십은 인간을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지능과 창의성을 진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로 전환시킨다"고 부연했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가 챗지피티(ChatGPT) 등 LLM(대규모 언어모델)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는 LLM과 달리 정보 처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한다"며 "LLM에서 피지컬 AI로의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AI가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피지컬 AI를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앙 교수는 "로봇은 더 이상 고정된 사전 프로그래밍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경험, 데이터, 인간의 지도를 통해 학습하면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는 구조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며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예측해 변화에 적응하면서 계획을 세워 실행 및 성능 개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은 복잡성을 더하는 만큼 직관적인 상호작용 시스템 설계를 핵심으로 꼽았다.
앙 교수는 피지컬 AI가 탑재된 로봇을 일상에 도입하려면 교육을 통해 시민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인프라를 갖출 필요도 크다고 밝혔다.
앙 교수는 "로봇을 일상에서 쓰려면 신중한 계획과 대중 참여가 필수이고, 사람들이 AI, 특히 피지컬 AI가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뿐 아니라 한계와 위험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며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표준 수립 과정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친화적 도시는 자율 시스템을 지원하는 인프라인 스마트 교통 관리, 배송 로봇 전용 경로, 상호운용성 표준 등을 도시 계획에 반영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교육과 소통을 통해 시민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차세대 인재에게 AI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지를 교육하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