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 SUTD 교수 "韓, 피지컬 AI의 살아있는 실험실"

안재용 기자
2026.01.29 15:18

[키플랫폼 AI 인사이트] 모한 라제쉬 엘라라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 교수 인터뷰

모한 라제쉬 엘라라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STUD) 교수/사진=모한 교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보유한 피지컬 AI(물리적 인공지능)의 살아있는 실험실입니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통적인 자동화에서 벗어나 제조 AI 전환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능 시스템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한 라제쉬 엘라라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SUTD)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모한 교수는 자가 재구성 로봇 및 로봇 인간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현재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학교(SUTD)에서 자율 시스템 관련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또 자율주행 청소 로봇 기업인 '라이언스봇'(Lionsbot)을 공동 창업해 환경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모기 방제 로봇 '드래곤플라이'(Dragonfly)와 계단 청소 로봇 '스테트로'(sTetro) 등으로 주목받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결…통합 생태계 강화해야"

모한 교수는 산업·도시 환경 자체를 AI에 걸맞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동화에서 벗어나 지능형 시스템이 학습·적응·최적화하는 AX(인공지능 전환)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와 모빌리티, 조선, 국방, 첨단 제조 전반의 지능 시스템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리터러시(AI 이해·활용 능력)를 넘어선 산업 심화형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통합 생태계를 강화하고 산업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등과의 글로벌 협력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모한 교수는 수년 내 제조업이 자동화에서 지능형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 내다봤다. 자동화가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지능형 생태계는 로봇이 실시간으로 추론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고 안전성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한 교수는 "앞으로 3~5년 동안 제조업은 기존의 경직되고 사전에 프로그래밍이 된 자동화에서 벗어나 피지컬 AI가 구현하는 적응형·지능형 생태계로 전환될 것"이라며 "기계는 더 이상 단순히 작업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추론해 복잡한 생산 환경 속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율이동로봇(AMR) △인간과 안전하게 협업하는 협동 로봇 △자기 재구성형 생산 라인 등을 통해 피지컬 AI가 제조업에 구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기 재구성 로봇은 작업과 환경에 맞춰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로봇으로 자본 비용, 유지보수 비용, 배치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모한 교수의 실험 결과 자기 재구성 로봇이 고정형 로봇보다 높은 효율을 보였다.

피지컬 AI 관련 주요 용어/그래픽=이지혜
피지컬 AI 도입 장애물은?…"개념 설계 아닌 현장 구현"

모한 교수는 피지컬 AI를 실제 제조현장에 구현할 때 △기존 설비와의 통합 △인력의 역량 격차 △데이터 품질 등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도입에 있어 또 다른 과제로는 인력의 역량 격차를 꼽았다. 그는 "고도화된 AI 시스템은 이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며 "이를 위해 사용자와 함께 작업 흐름을 공동 설계하고 교육에 적극 투자하면서 AI 기능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현장 신뢰와 수용성을 구축했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데이터 품질은 핵심적 문제"라며 "초기 파일럿 단계에서 불완전하거나 일관성 없는 데이터, 잘못 라벨링 된 데이터는 시스템 성능을 크게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초기에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표준화하며, 센싱과 피드백 메커니즘을 내재화해 운영했다고 부연했다.

모한 교수는 "조직 내부의 저항과 ROI(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도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며 "우리는 작은 규모의 성과 중심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가치를 입증하고 책임감 있게 AI 솔루션을 확장해 나갔다"고 강조했다.

"인간 중심 협업이 핵심…로봇 친화적 환경도 구축해야"

피지컬 AI를 도입한 가장 이상적인 작업 환경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팀 동료로서 협업하는 것이라는 게 모한 교수의 생각이다. 피지컬 AI가 탑재된 로봇이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담당하고 인간이 감독, 창의적 의사결정 등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한 교수는 "이 같은 협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재해를 줄인다"며 "인간 중심 접근이 핵심으로, 로봇은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인간 행동에 적응해 공유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동해야 신뢰와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자동화는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직무를 재편할 것"이라며 "로봇 기술자, 감독자 등 새로운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간 중심 협업은 타협이 아니라 가장 지속 가능한 선택지"라고 조언했다.

로봇의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로봇 친화적 작업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건물 등 인프라는 로봇의 인식, 이동, 조작, 디지털 연결을 지원하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싱가포르에서는 청소와 건물 운영, 시설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자율 이동 로봇과 문, 엘리베이터 등 건물 인프라 간 실질적 연계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로봇 친화 건축물 R&D(연구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로봇 친화적 환경 구축의 좋은 예로 평가했다.

모한 교수는 "이 국가 R&D는 건축과 건물 시스템, 현장 운영 프로토콜과 로봇 운용을 연계해 안전하고 직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인간-로봇 공존 환경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둔다"며 "이는 피지컬 AI의 발전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생활·업무·여가 공간 전반에서 서비스 로봇의 원활한 확산을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모한 라제쉬 엘라라 (Mohan Rajesh Elara)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교(SUTD) 교수 주요 이력/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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