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삼성전자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기업으로 올라섰다.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확대와 범용 D램 가격의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지난 분기 영업이익률이 58%에 달했다. 대만 TSMC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미국에 AI(인공지능)투자법인을 설립, AI 메모리에서 AI 생태계로 보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창사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배 늘었다.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체 연간 영업이익(43조5300억원)도 넘어섰다. 매출은 97조1467억원으로 삼성전자의 332조7700억원보다 적지만 높은 영업이익률이 실적역전을 가능케 했다.
실적개선 흐름은 분기별로도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배 늘었다. D램과 낸드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58.4%로 대만 TSMC의 4분기 영업이익률(54%)보다 높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대형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10%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익성이다.
고부가 제품인 HBM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범용 D램 가격의 급등이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5 16GB)의 지난달말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20.8달러로 1년 전보다 5.3배 올랐다. 씨티그룹은 범용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150조원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3E(5세대)의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인 HBM4 공급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루빈 등에 사용할 HBM4 물량 중 약 3분의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올해 HBM 시장규모가 595억4800만달러(약 8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도 병행한다. SK하이닉스는 다음달부터 충북 청주 M15X 공장에서 HBM 양산에 들어가고 경기 용인에 1기 팹(fab·생산라인) 건설로 중장기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청주 P&T7과 미국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패키징공장도 준비 중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 AI 솔루션 기업인 'AI컴퍼니'(가칭·이하 'AI Co.') 설립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100억달러(약 14조4280억원)를 'AI Co.'에 출자할 예정이다. 'AI Co.'를 통해 AI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AI 혁신기업들에 투자하고 이들 기업과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서 확보한 역량을 SK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AI Co.'는 미국 현지에서 고용량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통해 AI데이터센터 분야의 핵심 사업자로 자리잡은 솔리다임을 개편해 설립된다. 솔리다임은 자회사를 세워 사업을 양도하고 법인명과 사명은 앞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신설 자회사는 'AI Co.'의 기존 사명인 솔리다임(Solidigm Inc.)을 법인명으로 활용해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간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도 진행한다. 우선 1조원 규모로 주당 1500원의 추가배당을 실시한다. 이에 결산배당금으로 기존 분기배당금 375원에 추가배당을 더한 주당 1875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12조2400억원(1530만주, 지분율 2.1%)에 이르는 보유 자기주식을 전부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