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사상 첫 '연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수익성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은 미국 관세와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 영향이다. 계속되는 관세 불확실성, 글로벌 경쟁 격화로 올해도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신차 판매 확대와 미국 현지 생산 강화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휴머노이드·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20조5460억원)이 전년 대비 24.2%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관세다. 미국은 지난해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한·미 무역협상을 거쳐 작년 11월 1일자로 소급해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기존 수출 재고 때문에 이 관세율이 적용된 것은 사실상 12월 한 달 뿐이다. 이에 따른 관세 비용(7조2000억원)이 없었다면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28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장에 중국산 자동차가 빠르게 침투하는 등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 인센티브를 늘린 것도 수익성이 축소된 원인 중 하나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락한 원인 중 하나로 관세와 함께 인센티브 영향을 꼽았다. 기아는 지난해 인센티브가 전년 대비 10%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상황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주요 시장 성장률 둔화, 신흥 시장 내 경쟁 심화, 거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관세율을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이튿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협상을 시사했지만 업계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같은 경영 환경 악화에도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텔루라이드·셀토스 신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신규 추가, 저가형 전기차 EV2 등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시장 판매를 늘리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는 지난해(413만8389대)보다 약 2만대 많은 415만8300대다.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 목표는 1~2%, 영업이익률 목표는 6.3~7.3%로 세웠다. 기아도 전년 대비 6.8% 많은 335만대로 제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2조3000억원, 10조2000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도 늘린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제품 개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위한 자율주행, AI(인공지능)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 총 17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통신)·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공개해 주목받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스마트카 도입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의 HMGMA(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 내 PoC(기술 검증)는 지난해말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스마트카의 데모카(시험 차량)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것"이라며 "소량의 모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