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내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면서 재계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앞선 1·2차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까지 의무화되면 '최후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반면 경영 판단까지 폭넓게 처벌될 수 있단 지적을 받아온 배임죄 개선 논의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입법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부작용을 줄일 보완 입법을 함께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계는 자사주 의무 소각으로 외부 세력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단 점을 우려한다. 국내 기업들은 적대적 M&A(인수합병) 등 투기 자본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왔다.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대체 장치가 없는 현실에서 자사주는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여겨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에선 자사주가 사실상 기업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기 때문에 이번 개정은 앞선 상법 개정보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기업이 직접 매입한 자사주를 강제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은 자본시장 원리에도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앞서 "3차 상법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단 점은 분명하다"며 다시 한 번 입법 추진 속도전을 예고한 바 있다. 1차 상법 개정안(이사 충실 의무 확대·3%룰 등)은 정부와 여당이 합의안을 마련한 지 하루 만인 지난해 7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25일에는 2차 상법 개정안(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달 내 마무리하겠단 여당의 계획대로라면 약 7개월새 상법이 3차례 개정되는 셈이다.
여당은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주가 부양을 기대하지만 자사주 의무 소각이 오히려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단 비판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 기업이 자사주 매입 자체를 꺼리게 되면서 정책이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 개정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재계는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소각 의무화를 면제해야 하는 등의 방안을 국회에 건의한 상태다. 또 기존 자사주 규모를 고려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유예 기간을 늘려 소각뿐 아니라 처분도 가능하게 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사주를 자본으로 규정하고 주총 승인 후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달리 여당이 3차 상법 개정과 함께 추진해온 배임죄 개선 논의는 현재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 7월부터 배임죄를 포함한 경제 형벌 정비를 추진해 왔지만 배임죄와 관련해선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법무부나 정부가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는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안 입법 마련이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배임죄 해석과 적용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선 어느 기업도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최소한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예측 가능한 환경부터 마련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