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시멘트 내수감소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던 국내 시멘트업계가 올해도 업황부진에 허덕인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여파에 더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 리스크가 커져 원/달러 환율급등, 각종 물류비 상승 등으로 더욱 힘든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8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약 3810만톤으로 1991년 4000만톤을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4000만톤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출하 예측량은 3600만톤에 불과하다.
시멘트 내수출하가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건설경기 침체다. 고금리, 분양경기 악화, 미분양 확대 등으로 주택 등 인허가·착공이 급감했다.
각종 원재료 가격인상 탓에 공사비도 급격히 올라 신규착공 지연이 빈번해진다. 건설공사가 없으면 시멘트업계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원가부담 압박요인도 많다. 시멘트 생산원가의 대부분은 전력비(전력요금) 물류비(화물자동차 안전운임) 연료비(유연탄) 등이다. 특히 전력비의 원가비중은 30% 내외, 유연탄 조달에 따른 연료비는 20~25%에 달한다. 2가지 원가가 제조원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다 보니 2021년 1kwh(킬로와트시)당 100원 초반대였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해엔 180원대로 약 70~80% 상승했다. 물류비 역시 연초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재도입으로 운송료가 17.5% 인상(제주지역 16.2%)이 결정돼 추가 물류비 부담이 매년 700억원 정도 늘어날 예정이다. 2024년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4990억원의 14%에 해당한다.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유연탄 비용도 부담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으로 석유 공급망이 영향을 받으면 유연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해 시멘트업계의 원가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시멘트육성법'(K시멘트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연구·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비에 대한 정부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정부 시책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규제가 강화돼 업체들은 시멘트 생산라인 1기당 시설투자(저감장치) 비용으로 360억원가량을 써야 하는데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을 지원방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밖에 건설생태계 회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공사 등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시멘트업계 고위관계자는 "요즘 업계에선 차라리 생산을 안하는 것이 낫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며 "현재 시멘트산업은 업계 자체적인 위기극복 방안 마련에 한계상황에 직면한 상황인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