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황이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GS칼텍스가 유럽에 판매 지사를 설립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을 유럽 내 수요처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유럽에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범용 제품 중심의 판매망을 구축한 뒤 향후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 새 지사를 설립했다. 전남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ixed Feed Cracker·MFC)에서 생산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서다.
GS칼텍스가 2022년 말 여수 MFC를 준공한 이후 약 3년만에 글로벌 판매망 확대에 나선 셈이다. 해당 설비는 나프타뿐 아니라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간 생산능력은 에틸렌 90만톤, 프로필렌 47만톤 등이다.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판매처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럽 석유화학 시장은 최근 범용 제품보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추세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는 범용 원료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GS칼텍스가 유럽을 새 시장으로 낙점한 것이다.
이번 유럽 지사 설립은 평소 '비정유 사업 확대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해온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GS칼텍스는 이미 유럽에서 복합수지 판매망을 갖춘 상태다. 앞서 GS칼텍스는 2011년 체코에 판매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13년에 연간생산량 3만톤 규모의 복합수지 생산 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확대해왔다. 이번 밀라노 지사 설립을 통해 기존 다운스트림 판매 중심에서 나아가 범용 석유화학 원료 공급 등 업스트림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는 평가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 확대, 탄소배출 규제 강화, 순환경제 정책 등을 추진하며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등 스페셜티 소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GS칼텍스는 범용 중심 판매를 넘어서는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친환경 인증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범용 중심 판매선을 구축해 놓을 경우 향후 스페셜티 사업 확장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