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보다 강한 섬유'로 수소탱크 만든 이곳[R&D인사이드]

김도균 기자
2026.03.30 05:37

③코오롱스페이스웍스 수소연료탱크 개발 이끈 김현진 개발담당 이사

[편집자주]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도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험대 위에 올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때로는 산업의 방향을 바꿔왔다. 이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진을 머니투데이가 만나봤다.
지난 6일 서울 강남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본사. 김현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개발담당 이사(58)가 수소연료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코오롱

세로 길이 2m 남짓의 검은색 탱크. 손가락으로 두드려보니 금속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가로 방향으로 촘촘히 감긴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나일론으로 이뤄진 탱크를 감고 있는 약 2만4000가닥의 탄소섬유다. 강철보다 더 강한 이 섬유로 만들어진 탱크는 대기압의 1600배 수준까지 견딜 수 있는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수소탱크다.

지난 6일 서울 강남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본사에서 만난 김현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개발담당 이사(58)는 "수소탱크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통상 7~8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데 우리는 약 4년 만에 성과를 냈다"며 "그룹 저변에 축적된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사업 역량을 활용해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스페이스웍스가 맡고 있다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가 독자 개발한 177ℓ 수소 연료탱크./사진제공=코오롱

이 탱크에는 코오롱 그룹의 핵심 기술이 집약돼 있다. 연료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용기에는 코오롱스페이스웍스와 코오롱ENP가 공동개발한 나일론 기술이 적용됐다. 김 이사는 "수소탱크는 수소가 새거나 투과되는 것을 막고 수소에 의한 부식을 버티는 게 중요하다"며 "해당 소재는 원래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던 영역이었지만 양사 기술력을 기반으로 내재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탱크 외부를 감싸는 '갑옷' 역할의 탄소섬유 복합재는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소재 제작 기술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지 기술이 발판이 됐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더 높다. 김 이사는 "탄소섬유 다발을 에폭시 수지에 미리 담가놓은 뒤 감는 방식을 자체 개발했다"며 "경쟁사 대비 균일한 밀도로 탄소섬유를 감을 수 있어 대량 생산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소재 기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에서 출발했다. 김 이사는 "소재 기업은 개별 소재 공급만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과거 코오롱이 소재 중심 사업을 해왔다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부품과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다운스트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가 독자 개발한 177ℓ 수소 연료탱크의 제작 과정 모식도./사진제공=코오롱

현재 해당 수소탱크는 주로 상용차에 적용된다. 김 이사는 "보통 승용차는 3개, 상용차는 5~7개의 탱크가 들어가는데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해 차량에 바로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완성차 업체들도 개별 탱크가 아닌 모듈 형태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최근 수소탱크 모듈 첫 출고를 마치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수소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이사는 "현재는 전체 자동차 생산에서 수소차 비중이 극히 낮지만 10% 수준까지 확대되면 시장 규모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수소 저장 시스템 시장 역시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서면 해당 분야에서의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시선은 미래 모빌리티로 향한다. 김 이사는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에도 수소탱크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며 "코오롱스페이스웍스 제품이 탑재된 '수소 드론 택시'를 타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매출 규모를 확대해 해당 사업을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수천 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는 수준까지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본사. 김현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개발담당 이사(58)가 수소연료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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