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가격하한제의 역풍… 韓 '원가상승 수익' 타격, 美 'K배터리 공조' 타격

김지현 기자, 김남이 기자
2026.04.15 04:00

韓… 원재료, 배터리 가격 비중 80% 달해… 경쟁력 저하
美… 비중국산 공급 확대, 한국산 이외 대안찾기 어려워

K배터리 미국 현지 생산능력(CAPA) 계획/그래픽=이지혜

미국 정부가 K배터리에 대한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핵심광물 가격하한제(최저가격제)를 시행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삼중고'(시장위축·중국굴기·원가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기업이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가격에서 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핵심광물 가격이 오르면 곧 배터리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핵심광물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 가격하한제가 시행되면 배터리기업들에 수익성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비용이 오른 만큼 소비자 등에게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 대중화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다.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 대비 저렴한 LFP(리튬·인산·철)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전기차와 같이 가격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비용상승이 최종소비자에게 완전히 전가되기 어려워 업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가격하한제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의 저가제품과 경쟁할 경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핵심광물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격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도 K배터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비중국산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테슬라 물량인 데다 현지 생산능력도 73GWh(기가와트시)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약 20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약 94GWh, SK온은 약 100GWh를 목표로 잡았다. 무엇보다 AI(인공지능)산업 확대로 최근 미국에서 수요가 급증한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내 배터리기업들과 협력은 필수라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내 기업들은 가격하한제가 미국 내 배터리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각 사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역할 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수용 가능한 부분은 미국 측에서도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도 가격하한제와 관련,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배터리에 주로 들어가는 핵심광물에 대해서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희토류·흑연 등 핵심광물 투자사업을 추진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협정참여국의 기업이 투자한 광산이 위치한 제3국도 동맹국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각국의 핵심광물 투자확대를 통해 미국이 목표로 하는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탄자니아 흑연광산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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