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결국 한 걸음 물러섰다.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대비 약 6000억원 줄인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 및 태양광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약 2조4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정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 수는 7200만주에서 5600만주로 축소되고, 증자 비율은 41.3%에서 32.1%로 낮아진다. 유상증자 참여 시 1주당 배정받는 신주 수는 약 0.33주에서 약 0.26주로 줄어든다.
당초 1조5000억원을 배정했던 채무상환 자금을 9000억원 수준으로 축소했다. 시설투자 자금은 종전과 같이 9000억원이었다. 줄어든 채무상환 자금 6000억원의 경우 유상증자가 아닌 자체 자구안을 통해 연내 마련하는 방향이다. 투자자산 매각, 구조화상품 유동화, 해외법인을 활용한 자본성 조달 등이 거론된다.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에 한화솔루션이 결국 채무상환 금액을 줄이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유상증자 추진을 결정했었다. 기존 시가총액의 30% 수준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갑자기 발표한 것이었고, 증자금액의 60% 이상을 채무상환에 쓰는 것이어서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9일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까지 받았고, 이후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는 이날 유상증자 축소 사실을 알리며 "주주 여러분 및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주주가치 보호 및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과 태양광 사업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란 분위기는 여전하다. 유상증자와 자구안으로 마련한 1조5000억원으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한도대출 등을 상환한다. 부채비율은 150% 이내 수준, 순차입금은 약 9조7000억원 정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연결 부채비율 110% 이내, 순차입금 7조원 수준 달성이 목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유상증자 축소분을 투자자산 유동화와 자본성 조달로 대체하면서 재무 안전성 지표의 개선 폭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라면서도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당초 증자안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투자 자금 9000억원은 태양광 사업 투자에 쓰인다. 우선 태양광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파일럿 라인 업그레이드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탠덤 양산 라인 구축과 탑콘(TOPCon) 생산 능력 확대에 8000억원을 쓴다. 탠덤 제품 개발과 상업화를 통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향후 우주 분야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화솔루션은 앞으로 5년간(2026~2030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결 당기순이익의 10%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이 3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최소 300원의 배당을 지급한다. 향후 4년간 13조8000억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해 이 가운데 6000억원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배정할 예정이다. 또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6조원, 기업 운영 및 투자 지출(OPEX·CAPEX)에 7조2000억원을 활용키로 했다.
책임경영 역시 강화한다. 한화솔루션 대주주인 ㈜한화는 증자 규모 변경과 관계없이 120% 초과청약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방침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다음달부터 한화솔루션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경영을 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솔루션에서 약 50억41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었다. 한화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로서 유상증자의 목표인 미래성장 기술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앞장서 기여하는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