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앞두고 예고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측 추산으로 약 3만8000여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부별 온도차로 인한 '노노(勞勞)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주주들까지 '맞불 집회'를 예고하며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사내 갈등이 외부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3일 오후 1시부터 경기 평택사업장 사무복합동 인근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약 3만8637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투쟁본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선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집회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라는 핵심 요구를 관철하고 삼성전자의 '인재제일' 경영 원칙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조합원의 결집력과 투쟁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완제품 사업 중심인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은 DS부문에겐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호재'지만 완제품 사업에는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DS 부문 직원의 약 80%는 삼성전자의 첫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소속으로 알려졌다. 반면 DX 부문은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희망퇴직 등 인력 재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자와 저성과자가 대상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사업부 내에서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사업부 직원 역시 1인당 약 4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약 200명이 참여한 사내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0%가량이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 상태인 만큼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이제 사내를 넘어 외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주들 역시 결의대회 당일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집회 주최 측은 "성과급 잔치에 진짜 주인인 500만 주주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지금의 삼성이 세계에 우뚝 선 것은 경영자와 직원들뿐 아니라 주주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가 주식회사인 만큼 역대급 실적의 과실을 임직원뿐 아니라 주주와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가가 전망하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성과급 재원만 약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주주배당액 11조1000억원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30조원 상당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앞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설비 백업 등을 감안하더라도 사측 손실이 최소 20조~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다시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분쟁 이상의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노노 갈등으로 확산될 경우 고급 인재 유치와 핵심 인력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내부 갈등이 심화될수록 기업의 기초 체력은 약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역시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