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창사 후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이 70%를 넘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고성능 D램, 낸드 플래시 수요가 폭증하면서 'AI 메모리 호황'이 실적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8%, 405%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했다. 이는 TSMC의 1분기 영업이익률(58.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36조4000억원)에 부합했지만 대규모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0조3459억원으로 398%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잠정)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메모리 양사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총 94조8100억원에 달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조534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eSSD(기업용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전분기 대비 19조4000억원 증가한 5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차입금은 2조9000억원 감소한 19조3000억원으로 순현금 규모는 35조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의 진화가 메모리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 추론 중심의 '에이전틱 AI'로 전환되면서 D램과 낸드 전반에서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효율화 기술 확산도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 처리 효율이 개선되면서 AI 서비스 경제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전체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D램과 낸드 모두에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신제품 출시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HBM은 성능·수율·품질·공급 안정성을 아우르는 실행 역량을 높이고 D램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LPDDR6(저전력 D램)와 192GB(기가바이트) 용량의 SOCAMM2(소캠2) 양산을 본격화한다.
낸드 사업에서는 CTF(Charge Trap Flash) 기반 321단 QLC(쿼드러플 레벨 셀) 기술을 적용한 cSSD 'PQC21' 공급을 시작했다. 향후 고성능 TLC(트리플 레벨 셀)와 대용량 QLC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AI 수요 전반에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대용량 QLC eSSD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데이터센터와 AI PC용 스토리지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투자 규모는 M15X 램프업,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준비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핵심 장비 확보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반영한 투자로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