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내부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억원대 이상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달리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비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장 철수와 생산라인·인력 재편까지 구조조정이 사업부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글로벌 가전 수요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저가·물량 공세가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영향이다. 특히 국내 가전 기업이 강점을 지녔던 프리미엄 시장까지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우선 중국 현지에서 TV·가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높은 품질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하이얼·TCL 등 현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물량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AI(인공지능) 가전 등 프리미엄 라인으로까지 경쟁이 확산되면서 시장 주도권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중국 내 세트제품 판매법인인 SCIC의 매출액은 2015년 약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조7000억원대로 급감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도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중국 TV·가전 사업 축소 검토설과 관련해 "중국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여러 형태로 (사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효율화도 추진한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에서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해외 생산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대신 베트남을 핵심 제조 거점으로 삼고 생산 능력과 인력을 한 데 모아 효율성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유럽 TV 생산 거점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을 가동 시작 24년만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5월 생산을 중단하고 단계적인 인력 감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익성 부담이 확대되면서 TV·가전 사업이 포함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인력 재조정에도 착수한 상태다.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자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게 대표적이다. 위로금을 포함해 최대 5억원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으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업황 개선 영향으로 퇴직 신청자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부에 대한 경영 진단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에는 국내 TV와 가전, 스마트폰 판매와 영업을 담당하는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도 진행 중이다. 사업 전반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재점검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외 대내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며 "손익 개선과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 중심의 사업 구조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