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이 부른 IT 시장 재편…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기회

김남이 기자
2026.05.03 08:46

메모리發 칩플레이션, 세트사 프리미엄 제품 중심 전략...OLED 주도권 쥔 국내 기업에 유리

스마트폰 OLED 중 LTPO 패널 매출 전망/그래픽=윤선정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 여파로 세트 시장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제품에 주로 적용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V,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폰,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품군에서 OLED 비중은 2029년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OLED 비중은 올해 44.7%에서 3년 뒤 51%로 확대되고, 2033년에는 5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 영향으로 TV, PC, 스마트폰 등 전방 수요 둔화가 예상되지만 OLED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칩플레이션이 세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를 유도하면서 OLED 채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 가격 구조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 제품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렵고 가격을 유지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이같은 '이중부담' 속에서 세트 업체들은 출하량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고가 제품은 가격 전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실제 올해 2분기 기준 저가형 스마트폰에서 D램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예상되지만 고가형은 약 20% 수준에 그친다.

고가 제품에 주로 적용되는 OLED 중심으로 사업을 고도화해온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조승현 LG디스플레이 경영관리담당은 지난달 23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칩플레이션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공급망 관리(SCM)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고객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시장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의 고부가 제품 전략을 강화해왔다. 올해 1분기 OLED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중소형과 IT(정보기술)용 패널에서도 기술 차별화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OLED의 감가상각비 종료와 생산시설 효율화, 고객사 다변화도 맞물리며 수익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는 OLED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인 LTPO(저온다결정실리콘산화물) 패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LTPO패널 매출은 올해 238억8300만 달러에서 2030년 272억86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세트 업체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LTPO 패널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17 시리즈 이전까지 프로·프로맥스 등 고급 모델에만 LTPO를 적용해왔다. 현재 LTPO 패널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공급사다.

대형 OLED 시장도 성장세가 가파를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해 9인치 이상 대형 OLED 출하량이 26.6% 늘 것으로 봤다. 메모리와 낸드 등 주요 부품 가격 상승이 촉발한 세트 업체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결과적으로 OLED 확산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디스플레이 수요 위축과 판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고객 기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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