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수장에 이원진 전격 투입…플랫폼·서비스로 체질 바꾼다

김남이 기자, 박종진 기자
2026.05.04 10:38

신임 VD사업부장에 이원진 사장 선임...중국 TV 추격 속 광고·콘텐츠 전문가 전면에 등장

이원진 삼성전자 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총괄해온 이원진 사장을 신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59)으로 전격 투입했다. 콘텐츠·서비스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플랫폼·광고 기반으로의 TV 사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삼성전자 TV사업부는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4일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고 있는 이원진 사장을 VD사업부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DX(디바이스경험)사업부 서비스비즈니스(Service Business)팀장도 겸직한다. 글로벌마케팅실은 사라지고, 관련 기능은 각 사업부로 이관된다.

이 사장은 구글 총괄 부사장 출신으로 광고·서비스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됐고, 2020년에는 무선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을 맡았다.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7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말 상담역으로 물러났다가 1년 만에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복귀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재직 기간 동안 콘텐츠와 서비스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과 TV에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기본 탑재하는 방식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2019년에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TV에 애플 아이튠즈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 탑재를 끌어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세계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은 '콘텐츠·서비스 및 마케팅 전문가'로 삼성전자 TV, 모바일 서비스 사업의 핵심 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경영자로서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사내 평가도 높은 편이다. 이례적으로 상담역에서 현업으로 복귀한 데 이어 지난해 73억5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삼성전자 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사업을 각각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 노태문 사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았다.

TV사업 하드웨어에서 플랫폼·광고 중심으로 변화
사진은 모델들이 'AI 축구 모드'가 적용된 2026년형 'OLED' TV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홍효식

콘텐츠·서비스 전문가가 TV사업부 수장에 선임되면서 향후 사업 전략 변화도 예상된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TV OS(운영체제) 중심의 라이선싱 사업,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기반 광고 사업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인공지능) 기능이 TV에 탑재되면서 최근 TV 사업은 콘텐츠 기능이 더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전용 아트 구독 서비스인 삼성 아트 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경쟁사인 LG전자 역시 구독, OS, 광고 기반으로 TV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다만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TV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에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다. 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는 분기 매출 14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약 7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VD사업부에서 대부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20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TCL이 소니 TV사업부를 사실상 인수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VD사업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경영진단과 조직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VD·DA 사업부 영업이익은 약 2000억원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 역시 이런 위기 대응 차원의 인사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이 풍부한 사업 성공 경험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TV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용석우 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위촉됐다. 용 사장은 R&D(연구개발) 전문성과 풍부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 로봇 등 세트사업 전반의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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