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쏟아져도 버티는 삼성전자 노조…국민 근심 커진다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05 14:36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4.23. photo@newsis.com /사진=김근수

단군이래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논란을 빚는 삼성전자 노조가 안팎으로 비난에 직면했다.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엄청난 성과급을 요구하지만 사회적 연대·책임의식은 보여주지 않으면서다. 안으로는 노조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밖으로는 국민 여론의 강한 비판에 휩싸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는 과거 노동운동과 전혀 다르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닌 철저한 사익 추구, '개인 보상의 극대화'가 특징이다. 사회적 평등 추구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약자를 향한 연대의식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회사의 단기 성과에 맞춰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데 모든 관심과 목표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회사 내에서도 초호황을 누리는 반도체(DS)부문의 성과급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비(非)반도체 부문이 중심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SECU, 3노조)'은 4일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탈퇴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과반노조인 초기업노조(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전삼노(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와 함께 지난해 11월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교섭단을 꾸린 뒤 함께 대응해왔다.

성과급 요구에서 소외된 TV·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부문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도 줄을 잇는다. 하루에 1000명 넘는 직원들이 탈퇴를 요청하기도 했다.

회사를 압박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여론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일부 직원들이 사측과 함께 해오던 '기부금 약정'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의 기부금 약정 제도는 희귀질환 아동 등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으로서 임직원이 일정 금액을 후원하기로 약정하면 회사가 동일한 액수를 매칭해 추가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회사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부하는 돈이 회사의 '생색용'으로 쓰인다며 DS부문 사내게시판에 기부금 약정을 취소했다는 글을 게시했고 이후 100여명이 동일한 글을 연이어 올렸다. DS부문은 노조 가입률이 약 80%에 달해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들의 상당수는 노조원으로 추정된다. 2년 전 파업 투쟁 당시에는 '기부금 낼 바에는 조합비를 내겠다'는 글도 올라왔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적 이익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비록 일부 조합원들이라고 하더라도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매칭 기부금조차 끊어버리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노조가 진정 연대와 책임을 말하고자 한다면 자신들이 받을 거액의 성과급에서 일부라도 떼어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나서야 정상이고 지도부가 이같은 이중적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사내게시판은 익명이어서 노조원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노조 차원에서 조합원 개인의 기부금 약정 여부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노조가 이처럼 갈등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집요하게 요구할 수 있는 까닭은 파업이 가져올 엄청난 피해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다는 위협 앞에 결국 회사가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24시간 돌아가야하는 라인이 중단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공정 중이던 웨이퍼(반도체의 기본 재료)는 전량 폐기해야 하고 각종 설비를 재설정하고 수율(양품비율)을 정상화시켜 재가동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 타격은 물론 주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한번 떠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실제 AMD와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공급망 회복탄력성과 안정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송 교수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며 "사활을 건 AI(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기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밝혔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461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의 자산가치도 급락할 수 있다. 2024년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 선언 당시 주가는 하루 만에 3.1%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 충격이 국내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파업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명확하다. 보잉은 2024년 미국 공장 파업 당시 분기당 약 6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주가가 연초 대비 약 32% 하락했다. 2023년말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의 동시 파업 당시에도 양사 주가는 각각 18.7%, 22.6% 급락했다. 2024년 12월 스타벅스 파업도 주가 16% 하락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 입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bjko@newsis.com /사진=

국가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노조의 파업 으름장에 국민적 근심도 커진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산업통상부 장관들이 연이어 우려를 표명한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노조가 아무리 버틴다고 해도 회사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다. 주주 이익 침해와 직결되는 탓이다. "파업시 노사 모두 설 자리를 잃는다"고 경고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내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번 갈등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문제 제기는 노조 요구가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의 경고인 만큼 노조도 책임 있는 판단과 유연한 협상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 없는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45조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다. 이는 2025년 삼성전자 주주배당액(약 11조원)의 4배이자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약 37조원)를 상회하는 규모로 DS부문 임직원 1인당 약 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노조는 회사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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