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예고날짜를 불과 사흘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마지막 협상에 돌입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또다시 협상장을 떠난다면 정부의 '최후 카드'로 꼽히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상 정부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무총리가 '긴급조정'을 명시적으로 언급한데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그 정당성을 헌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공공복리 즉,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천문학적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노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은 '국민적 반감을 부를 만큼 지나치다'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과유불급(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물극필반(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이라며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다"고 일갈한 것의 연장선이다.
국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파업은 반드시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거듭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 노조의 선택지는 협상 타결 이외에는 찾기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파업 강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모든 쟁의행위가 30일간 금지되고 강제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노사 합의 실패는 결국 직권 중재로 이어져 오히려 노조에 더 불리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 여론은 물론 정부까지 국가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데 지금이라도 노조는 자신들의 돈이 아닌 자신들의 위치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며 "실리를 따지더라도 강제조정으로 가는 것보다 노사합의를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서는 파업이 금지돼도 연차를 내는 방법 등으로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 역시 안 된다. 일단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집단 연차 등 정상적 회사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일련의 활동들은 '편법 쟁의행위'로 간주돼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노조는 '상한 없는 영업이익 15%의 제도화'를 주장하고 사측은 '영업이익 10%와 유연한 성과급제' 등을 제안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관건은 '제도화' 여부였다.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다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들면 우리나라 주요 기업 임직원들이 비슷한 요구를 쏟아낼 수 있어서 재계 안팎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예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