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조원에 육박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오는 29일 2차 입찰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간 수주 경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기본설계 수행 경험을 가진 HD현대중공업과 개념설계 경험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맞붙으며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여부와 항소심 결과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8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지명 경쟁이발 등록을 진행한 뒤 다음날(29일)에 2차 입찰 제안서를 마감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화오션이 수의계약 수순을 밟는 만큼 양사 모두 입찰 준비에 나선 상태다. 1차 입찰은 HD현대중공업 불참으로 한화오션 단독 응찰 구도가 되면서 유찰됐다.
KDDX는 총 7조8000억원 규모 사업으로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KDDX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부터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 개념설계를 맡았고, 이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해 2023년 마무리했다.
현재 양사는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경험과 이지스 구축함 등 수상함 건조 실적을 앞세워 사업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야 기술 안정성과 사업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행한 KDDX 개념설계 경험과 잠수함·특수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장보고급·손원일급 잠수함 건조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수상함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감점 적용 여부는 이번 KDDX 수주 결과를 사실상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방산 평가 특성상 기본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함정 사업이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 임직원의 군사기밀 공유 사건 유죄 판결로 지난해 11월까지 1.8점의 보안감점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올해 12월까지 1.2점을 미루기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로 연장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동일사안을 근거로 추가 감점의 연장 적용이 검토되는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이 이달 15일 KDDX 기본설계 자료 공개와 관련한 가처분 사건에 대해 항고장을 제출한 것도 KDDX 입찰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법원이 지난 8일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데 따른 것이다. 항고심 결과는 가처분 사건 특성상 이르면 6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HD현대중공업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일 경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항고심에서도 기각 결정이 유지될 경우 방사청의 입찰 절차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사청은 법적 절차와 별개로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르면 7월 전후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도함 사업을 수주할 경우 향후 후속함 건조와 수출형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2년 가까이 지연된 상황이라서 추가 지연 없이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