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더 만들어달라"는 젠슨 황..'웨이퍼' 포기 못하는 SK

최경민 기자, 타이베이(대만)=최지은 기자
2026.06.03 14:50

(상보) 'AI 팩토리'·'반도체 속도전' 가속화..'뉴 이천포럼' 계기로 조직개편·인사 뒤따를 전망

(타이베이=뉴스1)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6.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타이베이=뉴스1)

"Please Make More(더 만들어 달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 일대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부스를 찾아 이같은 문구를 HBM4E(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실물 웨이퍼에 남겼다.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에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HBM 공급 확대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황 CEO의 이같은 요청에 화답했다. 그는 SK하이닉스 부스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5년안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수준(웨이퍼 기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공격적인 투자 역시 예고했다. 최 회장은 "전체 설비투자를 미리 계산해두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조달할 것"이라며 "장비와 건설, 토지, 물, 전기 등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생산해야 하고 결국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는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SK그룹은 이런 최 회장의 구상에 맞춰 AI 풀밸류체인(가치사슬)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SK텔레콤은 AI 서비스, SK이노베이션은 전력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담당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천=뉴스1) 김민지 기자 =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이천=뉴스1) 김민지 기자

이는 SK실트론 매각 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그룹은 그동안 두산그룹과 진행해온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 제조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에 올라있다.

SK실트론의 경우 2023년 이후 그룹의 화두로 '리밸런싱'이 부각되면서 매각이 추진돼왔다. 최 회장은 당시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까지 언급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같은 해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낙점된 후 리밸런싱이 본격화됐다.

방향은 명확했다. 비주력 자산을 처분해 재무구조를 튼튼히하고 미래 투자를 위한 동력을 회복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이 과정에서 2024년 219개에 달했던 SK그룹 계열사수는 최근 151개까지 줄어들었다. SK그룹이 최근 2년간 진행해온 자산 효율화 규모는 약 13조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SK실트론 매각은 사실상 마지막 리밸런싱 작업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AI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도래하며 반도체 필수 소재를 만드는 SK실트론의 가치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SK실트론이 팔릴 경우 반도체용 웨이퍼를 그룹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AI 팩토리'와 '반도체 속도전'을 표방하고 있는 최 회장과 SK그룹 입장에서는 반길 수 없는 선택이다.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 백지화를 결정하면 사실상 '리밸런싱의 종료'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향후 리밸런싱을 대신할 그룹의 화두로는 'AI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13일 진행되는 '뉴 이천포럼'에서 최 회장이 그룹의 화두를 '긴축'에서 '확장'으로 급전환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조직개편 및 사장단을 포함한 인사가 뒤따를 가능성도 높다.

SK실트론이 생산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