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에도 SK·현대자동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도 'AI(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시스템 전반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인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목표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가 잘해왔던 사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AI라는 혁신을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룹의 AX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해 SK C&C 사명을 SK AX로 전환한 것도 최 회장이 AI 전환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SK그룹 각 계열사는 AI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업무에도 각종 AI 기술을 적용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SKT)은 직원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AI에 직접 학습시켜 활용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 비즈 코워크' 베타 버전을 활용하고 있다. SKT는 앞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와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 방한에 맞춰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체결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의선 회장의 주문에 따라 AX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초 신년 좌담회에서 "AI를 단순한 '도구'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업 진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가에 미래가 달려있다"며 "다가올 미래에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유일한 길은 AI를 외부에서 빌려온 기술이 아닌 조직 내부의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뿐"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신설한 'AI 거버넌스 TFT(태스크포스팀)'는 그룹 AI 전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그룹 주요 계열사 중에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AI를 활용해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미래사업을 강화하고 있는게 눈에 띈다. 현대위아 등도 직원 대상 AI 활용 능력 제고에 나서는 등 정 회장이 강조한 'AI 체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그룹의 AX는 업무 시간의 단축과 비용 절감, 품질 관리, 데이터 보안, 현장 주도 실행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전제한 뒤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기에 사업의 임팩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최근 구 회장과 황 CEO간 만남을 계기로 LG그룹의 AI 전환은 한층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계열사의 경우 AX에서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 임직원은 자체 생성형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 '찾다(CHATDA)'를 활용해 기존에 3~5일 걸리던 데이터 탐색 시간을 약 30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LG의 초거대 자체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이 기반인 AI 에이전트 플랫폼 '엘지니(LGenie AI)'는 월 70만건 이상의 업무 처리를 기록하며 높은 활용성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