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디지털트윈 기반 개발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HPC(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 개발과정에 가상검증 체계를 확대적용해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품질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030년 AI(인공지능) 자율공장 전환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데이터센터에 HPC 서버 517대를 구축하고 기구·회로 개발인력을 대상으로 HPC 서비스를 도입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차세대 제조 혁신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새로 구축한 HPC 인프라는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서버로 구성됐다. 기존 대비 연산속도는 약 5.8배 향상되고 가상검증량은 약 6배 늘어난다. 장기 내구성 실물시험을 단기해석으로 전환하는 등 개발 사전검증 효율화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자체 HPC 인프라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해석은 그동안 자동차·항공·반도체 등 고비용 시제품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가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개발검증에 특화한 전용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은 올해 대규모 샘플 제작과 장시간 검증이 필요한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부별 HPC 활용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스마트폰 모든 방향 낙하시험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TV 낙하·발열검증 △DA(생활가전)사업부의 세탁기 다이어프램 장기검증 및 로봇청소기 충돌검증 △네트워크사업부의 RU(라디오유닛) 방열검증 등에 HPC 인프라가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HPC 인프라 도입은 개발검증 기간을 줄이고 검증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존 15일이 소요되던 TV 낙하검증은 2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그동안 물리적 제약으로 수행하지 못한 스마트폰 모든 방향 낙하검증도 가능해져 하루 만에 700개 케이스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외부 클라우드 대신 자체 HPC 인프라를 구축한 점에도 주목한다. 제품설계 도면과 검증데이터 등 핵심기술 자산을 내부에서 처리해 보안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규모 해석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완제품사업에서는 검증기간 단축이 신제품 출시속도와 직결되는 만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HPC 서비스는 디지털트윈을 개발현장의 일상적인 업무방식으로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가상검증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와 적용범위가 함께 넓어지는 만큼 삼성전자의 디지털전환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