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계획을 조기에 실현한 것에 더해, 연말까지 KAI 지분율을 1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제시했다. '한국판 스페이스X' 비전은 물론, 'KAI 인수 시도설'에도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 6.50%를 확보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힌 지 약 한 달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같은 날 한화시스템도 1250억원 규모의 KAI 주식 추가 취득을 완료하며 지분율을 1.53%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KAI 보유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HAUSA)가 보유한 1.01%를 포함해 총 9.04%로 늘어났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 지위에 해당한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KAI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9.97%(15일 종가 기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취득이 이뤄질 경우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12%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화는 KAI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정정했었다.
한화는 KAI 지분 확대를 통해 미래산업인 우주·항공 분야의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와 KAI가 보유한 기술과 역량이 결합될 경우 비효율성이 제거되고 시너지가 발생해 국가 차원의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방산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면서 위성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양사의 협력이 확대될 경우 일종의 '패키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방산업계의 경우 기체 단독 구매보다 엔진, 항전장비, 무장체계, 유지·보수(MRO)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 공급을 선호하는 추세다. 차세대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 중인 한화가 KAI와 결합할 경우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수출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도 있다.
KAI 민영화를 공론화할 경우 유력한 인수주체로 한화그룹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 연출되고 있다. 한화는 2018년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KAI와의 지분관계를 끊었으나 최근 다시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2대 주주 자리까지 꿰차기에 이르렀다. 한화그룹의 KAI 인수설은 지분 매입 시도 때마다 불거지는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KAI는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지역 우주·항공·방산의 선도 기업인 만큼 지역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과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 해외 동반 진출 등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