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률 제로'…중국산 대신 광진이 택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르포]

아산(충남)=박한나 기자
2026.06.25 14:45

[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2-④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광진그룹 아산공장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도입 효과./그래픽=최헌정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로봇 경쟁력은 제조 현장의 적극적인 도입 경험에서 나온다. 국제로봇연맹(IFR) 기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한국은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도입·운영하며 축적한 현장 경험이 로봇 기업의 기술 개선으로 이어지고, 향상된 기술이 다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광진그룹(이하 광진) 충남 아산공장은 이같은 한국형 로봇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8일 찾은 광진 아산공장 현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4대가 쉴 새 없이 1.1kg의 검정 모듈 플레이트를 집어 들고 있었다. 허공을 가른 플레이트가 자동차 창문 구동장치의 핵심부품인 '풀리' 위에 정확히 내려앉자, 손톱만 한 금속링(와셔)을 결합 부위에 놓고 강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했다.

사람 손끝 감각에 의존하던 도어 모듈의 리베팅(강력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하는 작업) 작업이 로봇의 반복 동작으로 대체된 순간이었다. 도어 모듈은 자동차 문 내부의 뼈대 역할을 하는 모듈 플레이트에 윈도우 레귤레이터(창문 승강기 장치)와 스피커, 문 잠금장치(래치) 등 각종 기능성 부품을 조립통합한 제품이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와셔를 매번 손으로 끼웠다. 문제는 사람이 항상 같은 힘과 같은 위치에서 작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나의 와셔라도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모듈 플레이트 전체를 폐기해야 했다. 광진은 불량률을 100PPM(100만개당 불량품 100개) 이하로 관리해왔지만, 6개 모듈 라인의 리베팅 공정에서는 12장가량의 불량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과 비전검사를 적용한 뒤 리베팅 공정의 불량은 1~2장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불량률이 제로(0)에 가까워진 것이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1대가 1.1㎏짜리 모듈 플레이트부터 3.5㎏에 달하는 완성품을 약 4000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면서도 동일한 위치와 압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작업자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른 편차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현재 발생하는 불량은 이송이나 취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낙하에 따른게 대부분이다.

검사 공정 역시 협동로봇이 14개 차종·사양 특성에 맞춰 윈도 레귤레이터의 작동 상태와 승·하강 정상 작동 여부, 구동 속도와 모터 부하율, 부품 누락, 와이어 조립 불량 등을 점검했다. 총 20개 부품을 검사해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별도 라인으로 분류하고, 다음 공정이나 고객사로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김시원 광진기계 생산팀장은 "자동차 부품은 생산량보다 불량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불량품 하나가 나오면 해당 라인 전체를 다시 전수 검사해야 하는데 현재 제조 공정 자체의 불량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광진의 협동로봇 도입 계기는 2024년 두산로보틱스와의 만남에서부터다. 현장의 인력난으로 자동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제조업 현장의 협동로봇 사례를 수차례 소개하며 필요성을 제안했다. 광진은 투자수익률(ROI)과 투자비 회수 기간 등을 면밀히 검토했고, 약 13억원을 투자해 약 4~6개월 동안 가동 중인 양산라인에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동화를 추진했다.

김 팀장은 "협동로봇 도입을 검토하면서 중국산 로봇도 비교했다"면서 "중국산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반면 국내 사후관리(A/S) 인프라가 부족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는 전담 엔지니어 지원과 기술 대응 체계가 국내외 어느 업체와 비교해도 잘 갖춰져 있어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광진의 협동로봇 자동화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작업 반경 1300㎜·최대 가반하중 10㎏급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M시리즈 19대의 자동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아산공장을 찾고 있다. 광진은 아산공장에서 검증한 협동로봇을 2027년까지 미국과 폴란드 등 글로벌 17개 사업장에 100대 이상 규모로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공장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모든 생산라인에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협동로봇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비전, 모션 제어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확대할 방침이다. 두산로보틱스와 광진이 기존 양산설비에 협동로봇을 적용한 사례처럼 실제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AI 기반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토대로 각 산업 영역에서 숙련공 수준의 작업을 완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 등을 활용한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운영체제는 인식과 추론, 시뮬레이션 등을 담당하며 로봇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작동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현수 두산로보틱스 상무는 "높은 품질 기준과 안정적인 생산 역량이 요구되는 자동차 부품 제조 현장에 두산의 로봇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내 현장에서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광진그룹의 해외 생산거점에도 솔루션이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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