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폭리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가격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사후정산제 폐지와 혼합판매 허용 등 시장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2.4%에 그쳤다. 회사별로는 SK에너지 1.69%, GS칼텍스 3.21%, 에쓰오일(S-OIL) 2.06%, HD현대오일뱅크 2.52% 등이다.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6%였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유업계의 '박리다매' 구조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 급등기마다 반복되는 '폭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했을 당시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름값은 오를 때만 빨리 상승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최근 종전 협상이 진전되며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내릴 때는 왜 이렇게 느리냐"는 푸념도 고개를 들었다.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국제 제품 가격(MOPS)과 환율, 세금, 유통·물류 비용, 재고 반영 시차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후정산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격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원래는 유가 급등락 시 가수요와 지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발생할 수 있는 물류 병목을 완화하기 위한 관행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유소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란 사태를 계기로 정유사들을 향한 오해가 불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일제히 가격 투명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SK에너지는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고 주유소 공급가격을 1주일 단위로 사전 고지하기로 했다.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 역시 이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지난 4월 중동 전쟁 이후 국회 중재로 체결된 정유업계·주유소간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로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이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제품만 판매하는 대신 타사 제품을 혼합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속거래제 완화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유사간 실질적인 가격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유업 특성상 한계는 있다. 정유 공정이 원유를 투입해 휘발유·경유·등유·나프타 등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연산품'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 제품에 대한 총원가는 계산할 수 있지만 개별 제품별 절대 원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소 한 마리 가격은 알 수 있어도 등심과 갈비의 원가를 절대 기준으로 나누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라며 "그럼에도 국제 제품 가격 연동 구조와 환율, 세금, 유통 비용 등 주요 가격 결정 변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