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충북 청주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컨베이어벨트 위로 검은색 차단기가 미끄러지듯 이동하면서 로봇팔 끝에 달린 조명이 번쩍 켜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봇은 상하좌우로 제품을 훑으며 외관에 흠집은 없는지, 규격에 맞게 조립됐는지, 부품이 빠진 곳은 없는지를 수초만에 검사했다. 그 아래층에서는 지게차가 올려놓은 팔레트를 검사하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빛을 내며 팔레트의 QR 코드에 담긴 정보와 실제 담긴 자재가 동일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하는 작업이었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사람이 중심이던 기존 배전기기 공장을 데이터와 로봇 중심으로 바꿔놓은 현장이었다. 총 8만5420㎡(약 2만5000평) 규모로 조성된 이 공장은 ACB(기중차단기)와 VCB(진공차단기), MCCB(배선용차단기) 등 5만여종의 중저압 차단기를 생산 중이다.
공장 바닥에 길처럼 이어진 노란 선도 눈에 띄었다. 사람을 위한 동선이 아니라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의 다니는 통로다. AMR은 정해진 선로만 따라가지 않고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지게차와 작업자를 피해 움직였다. 최대 1톤까지 적재할 수 있는 이 로봇들은 생산라인과 창고를 연결하는 혈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완제품 창고에서는 작업자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린이용 자동차 크기의 로봇 20여대가 쉼 없이 돌아다니며 완제품을 실어 날랐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과 보관, 출하까지 공장 전체가 하나의 자동화 흐름으로 연결됐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본부 부사장은 "설비 자동화와 생산 효율 향상을 위해 캠퍼스를 구축했다"며 "기존 공장 자동화율이 약 70% 수준이었다면 현재 청주 공장은 95%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VCB 생산라인에도 로봇이 투입됐다. VCB의 핵심 부품인 진공인터럽터(VI) 생산 과정에서다. 진공인터럽터는 진공의 높은 절연 내력을 이용해 전류를 차단하기 때문에 누설 전류를 확인하는 진공 정도 확인이 필수다. 원래는 작업자 2~3명이 이 공정을 맡았지만 현재는 1대의 로봇과 1명의 관리자가 이 작업을 수행했다. 현장 관계자는 "진공도 확인의 경우 사람에게는 근골격계 부담이 큰 작업이었는데 자동화를 통해 그 강도를 크게 줄였다"고 전했다.
최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발(發) 전력기기 수요가 늘면서 청주 배전캠퍼스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뿐 아니라 실제 전기를 분배·제어하는 배전기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배전기기 시장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며 "청주 배전캠퍼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향후 배전반과 배전변압기 등 다른 배전기기 생산까지 청주 공장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변압기·배전반·차단기를 묶어 공급받길 원하는 만큼 생산 거점을 하나로 묶어 제품 간 시너지를 높이고 데이터센터 고객사에 '패키지형 전력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배전기기들을 하나의 캠퍼스에서 통합 생산해 패키지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며 "청주 배전캠퍼스가 그 역할을 중추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