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경계 분쟁] 경계침범 분쟁시 현재의 측량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대하여 1

허남이 기자
2026.07.01 18:09

어느 날 갑자기 옆집에서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이내 한 통의 내용증명이 날아온다. '귀하 소유 건물이 우리 토지를 침범하고 있으니 즉시 철거하라' 수십 년째 아무 문제 없이 살아온 집인데, 최신 측량 결과가 나오자마자 졸지에 '불법 점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최근 서울 도심 일대, 특히 노후 주택지 재개발이나 신축 공사가 잦은 지역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신 측량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측량 기술의 발전'에 있다. 오늘날 GPS·드론·토털스테이션 등 정밀 장비를 활용하면 예전보다 훨씬 정확한 좌표값이 나온다. 문제는 그 '정확함'이 반드시 법적으로 유효한 경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적도상 경계를 실지에 복원하는 경계복원측량은 '등록 당시의 측량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해야 하고, 당시의 기준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정밀한 현대적 측량 방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그 방법으로 측량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2다17791 판결 등 다수).

쉽게 말하면, 1960~70년대 평판측량 방식으로 등록된 토지라면 경계 복원도 그 시대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 시절 측량 기술이 지금보다 정밀하지 않아서 오차가 있더라도, 그 방법에 따른 결과가 법적 경계다. 건축주가 최신 장비로 측량해서 '침범'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해도, 그것이 경계복원측량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 지적불부합, 우리나라 특유의 문제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배경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지적공부가 소실·왜곡된 곳이 많고, 이후 경제 성장기에 정확한 재측량 없이 개발이 이루어진 탓에 지적도상 경계와 현실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지적불부합' 토지가 전국에 상당수 존재한다.

서울 도심의 오래된 주거지에서는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수십 년간 아무 분쟁 없이 사실상 경계로 통용되어 온 담장, 석축, 옹벽이 새 측량 결과와 수십 센티미터씩 어긋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처럼 지적불부합이 심한 지역에서는 측량 결과 하나만으로 경계 침범 여부를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전세경 변호사/사진제공=로투마니 법률그룹

■ 오랜 사실상 경계도 법이 보호한다

대법원은 또한 '경계'의 의미를 넓게 해석한다. 반드시 법률상 정당한 경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종래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되어 왔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명시적·묵시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경계로 통용되어 온 것도 보호받는 경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9181 판결 등).

수십 년간 동네에서 '경계'로 통용되어 온 석축이나 담장이라면, 법적 경계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함부로 침범·훼손할 수 없다. 설령 경계 자체에 다툼이 있다 해도, 그 해결 수단은 법원에 경계확정 소송을 제기하거나 정식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어야지, 자력으로 이웃의 구조물에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이웃 토지 소유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과 대응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글 로투마니 법률그룹 전세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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