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대기업이 3일 경남 진주 경상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이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해당 기업들의 투자금액만 300조원 수준이다. AI(인공지능)와 항공·우주 등 첨단 미래산업이 투자의 키워드다.
삼성전자는 영남권에 60조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첨단 배터리 중심의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구미를 첨단 미래 제조 단지로 육성하기 위해 19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외에 △삼성SDI는 울산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16조원 △삼성전기는 부산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과 MLCC 마더라인에 15조원 △삼성중공업은 거제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구축에 10조원을 투입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AI로 제조 분야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며 "전통 제조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의 AI 드리븐 팩토리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를 통해 영남을 AX와 로봇이 중심이 된 글로벌 피지컬 AI의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K는 울산을 시작으로 영남권에 총 2GW(기가와트)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약 140조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1단계로는 100MW(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한 뒤 추가로 900MW를 확장해 울산에 총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AI 데이터를 만든 뒤 중장기적으로는 전국 총 15GW 규모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정재헌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영남의 제조업 경쟁력과 AI를 결합해 제조 AI를 실증하고 확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에 발맞춰 AI 시대의 새로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남권에 △AI 기반 첨단 자율주행 모빌리티 △핵심 부품 제조 △매뉴팩처링 AI(제조 특화 AI) △항공·우주 산업 △에너지 인프라 등 신사업에 향후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4분기 가동 예정인 울산 EV(전기차) 공장을 포함해 최점단 자동화 및 통합 생산 체제를 갖춘 AI 제조 허브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2028년 가동 목표인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은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모빌리티와 청정 에너지 산업 확대를 뒷받침할 전략적 생산기지로 조성한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 계열사와 함께 미래 핵심 부품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 역시 추진한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미래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매뉴팩처링 AI 활용이 필수"라며 "제조 특화 AI 모델을 만들고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 항공·우주 분야에 대해 "자회사 '슈퍼널'을 통해 영남권에서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를 병행 개발할 것"이라며 "우주 발사체 엔진을 포함한 핵심 기술의 국산화, 저궤도 위성망 구축 사업 참여를 통해 차세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힘을 줬다.
LG는 영남권에 2030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창원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HVAC(냉난방공조)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LG이노텍은 구미에서 광학솔루션 신모델 양산과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추진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모델 양산을 위한 생산기반을 확대한다.
한화그룹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인공지능) 산업에 총 55조원을 영남권에 투자한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에 약 2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망 등 확보에 약 20조원을 쓰기로 했다. 수집한 정보를 우주 데이터센터와 지상으로 끊김 없이 전송하는 역할은 한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저궤도 통신망이 맡게 된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10조원 이상을 들여 우주와 지상, 해상과 공중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방AI 데이터센터를 경남 창원에 짓는다. 올해 45MW(메가와트) 규모로 시작해 2032년까지 135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2040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해 실전 특화 국방 AI 모델 '디펜스 운영체제(Defense OS)'를 개발하는 것 역시 추진한다.
위성이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분석하며, 항공기와 무인기가 이를 활용하고, 육해공 전력이 하나로 연결되는 통합체계를 완성하는 비전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관측위성부터 통신 및 우주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독자 인프라, 우리만의 데이터와 하드웨어가 통합된 국방 AI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우주주권 확보,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 AI 구축,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생태계 완성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