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용 범용 D램 가격이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가격이 급등해 올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노트북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업체들도 메모리 수급처 다변화에 나서는 등 원가 부담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1억5900만대로 지난해(1억8400만대)보다 13.6% 줄어들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PC 교체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트렌드포스측은 "메모리와 금·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노트북 제조 비용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1.65달러였던 PC용 범용 D램 가격은 올해 2월까지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3월에는 13달러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4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HBM(고대역폭메모리)과 AI(인공지능) 서버용 메모리 생산에 주력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의 공급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올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전 분기 대비 8~13%에서 15~20%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D램 공급업체들은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 PC용 D램 공급을 줄이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 노트북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출하량 감소는 중저가 제품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내 500달러 미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보급형 제품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저가 PC 비중이 높은 HP의 올 1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6% 급감했다. 반면 프리미엄 PC 비중이 높은 애플은 출하량이 1.6% 줄어드는데 그쳤다.
하지만 애플도 메모리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애플이 중국 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메모리칩 구매를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범용 메모리 가격이 치솟자 대체 공급처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XMT는 미국의 '중국군사기업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거래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애플마저 중국산 도입을 검토할 정도로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메모리 조달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완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