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중복상장 금지 가이드라인'에 "성장 전략 위축" 우려

박종진 기자, 최경민 기자
2026.07.06 16:12
[서울=뉴시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6.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금융당국이 주주보호 방안이 없으면 사실상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재계가 우려를 나타냈다. 주주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유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 등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이날 금융당국의 발표를 분석하면서 향후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체로 기업들은 제도 도입 취지와 별개로 새로운 규정이 자금조달, 사업재편, 신사업 성장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A기업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주주 혹은 이사회 동의와 심사 강화를 요구하면 기업의 성장 전략과 자본시장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규제보다는 공시 강화, 주주보호 장치의 선택적 적용, 사후 책임 강화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첨단산업 등 신사업 진출,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같이 분명한 목적성이 있는 상장의 경우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바이오·AI(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 기준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자금조달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상당수 개별 기업들은 당국의 중복상장 제한 기류에 따라 IPO(기업공개)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2020년 HD현대에서 물적분할된 로봇 계열사인 HD현대로보틱스의 경우 IPO 추진 절차를 일단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IPO 준비를 하던 가운데 중복상장 논란 우려가 불거지자 내부에서 '상장 신중론'이 커진 영향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중복상장 논란 속에 IPO를 급하게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SK㈜의 경우 SK에코플랜트 프리IPO에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반환을 진행했다. 지난 4월 SK㈜는 FI가 보유한 SK에코플랜트 보통주와 CPS(전환우선주) 일부를 인수하며 지분율을 기존 66.7%에서 71.2로 끌어올렸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관련 기준 공개를 기다려왔는데 오늘 발표가 이뤄졌기에 상장의 유불리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상장을 결정할 경우 강한 주주보호 대책을 앞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날 '중복상장 원칙금지' 예외허용 세부기준을 담은 거래소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예외허용 기준으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평가, 주주동의 표결 등 5대 의무를 부여하고 특례심사기준을 마련했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분할시에는 주주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최대주주 등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한다. 이같은 규정은 이르면 이달말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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