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잭 재코우스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는 중국 업체들이 앞세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저가 공세에 대해 "가격 경쟁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격이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가격보다 로봇이 현장에서 실제로 쓸모 있는 작업을 해내는지 여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승부처라는 의미다.
재코우스키 CPTO는 최근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장처럼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가격 경쟁이 판도를 가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로봇은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것이 오늘날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격·신뢰성·지능·안전·사이버보안의 조합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저가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재코우스키 CPTO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에서도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 다니거나 쿵푸만 선보인다면 경제적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을 위해 풀어야 할 최대 과제 역시 가격이 아니라 "로봇이 유용한 작업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능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봇 지능을 현장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테슬라 옵티머스·유니트리 G1 등 경쟁 휴머노이드와 차별화되는 아틀라스의 강점으로는 강한 힘과 안전·신뢰성을 꼽았다. 재코우스키 CPTO는 "제조 현장의 고객이 로봇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규모를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틀라스를 만들었다"며 "사람이 하는 가장 힘든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든 것은 물론 안전과 신뢰성,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의 성능에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가 연구용 로봇에서 양산 제품으로 거듭난 과정도 소개했다. 재코우스키 CPTO는 "아틀라스를 제품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단순함에 초점을 맞춰 백지상태에서 다시 설계했다"며 "최소한의 고유 부품으로 성능 목표를 달성하고 조립과 수리를 최대한 빠르고 쉽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움직이는 케이블을 완전히 없애 신뢰성을 높였고, 팔다리는 완전 모듈형으로 만들어 쉽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와 유사한 기반 위에서 설계해 안전성도 끌어올렸다.
재코우스키 CPTO는 LLM(대규모언어모델) 등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제품화를 가능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합류한 현대차그룹 각 부문의 엔지니어들의 양산 및 공급망 노하우가 반영됐다고도 했다. 아울러 아틀라스 이후의 차세대 로봇 개발 계획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아틀라스 제품 버전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다음이 무엇일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