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업체의 새로운 '영업사원'은 매장이 아니라 유튜브에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는 지난해 8월부터 중고차 업체 케이카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ㅋㅇㅋ'에 출연해 자동차 예능의 친근한 얼굴로 자리 잡았다. 거래 둔화와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자 중고차 플랫폼들은 예능·정보 콘텐츠를 통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신뢰까지 얻으려는 '콘텐츠 영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차를 사라고 전면에서 외치는 전형적인 광고가 아니다. '나의 연수 아저씨', '차주님들, 그 차 왜 삼'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운전 팁과 차량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브랜드를 녹여냈다. 케이카 측은 원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반응이 좋아졌고 채널 인지도 역시 함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플랫폼들이 유튜브를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잠재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선행 영업망'으로 키우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예능과 생활정보를 찾는 시청자까지 끌어들인 뒤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와 신뢰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케이카의 '스튜디오ㅋㅇㅋ'는 개설 약 1년 6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했다. 현재 구독자는 약 11만명으로 15일 기준 채널 누적 조회수는 1억9000만회에 달한다. 중고차 업체들이 유튜브를 단순한 광고 채널을 넘어 잠재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선행 영업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카만의 시도는 아니다. 리본카는 2022년 기업형 중고차 업체 공식 유튜브 채널 가운데 처음으로 구독자 10만명을 넘긴 데 이어 현재 약 21만5000명을 확보했다. 엔카의 '엔카티비'도 구독자 약 9만7000명으로 10만명 돌파를 앞뒀다. 업체마다 콘텐츠 성격은 다르지만 구매 전 단계부터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다.
중고차 업체의 콘텐츠 경쟁은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중고차 유효시장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한정된 구매자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보유 매물과 가격 외에 브랜드 신뢰와 친숙도를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가 차량 상태를 구매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정보 비대칭 탓에 대표적인 '레몬마켓(구매자가 상품의 품질을 알 수 없어 불량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불려왔다. 소비자는 사고·정비 이력이나 실제 차량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플랫폼이 차량 진단과 상품화 과정, 차종별 장단점과 구매 요령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것도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추려는 시도다.
중고차 유튜브의 시작은 개인 딜러들이었다. '중고차파괴자', '중카TV' 등은 현실적인 차량 정보와 자극적인 소재를 함께 다루며 구독자를 모았다. 개인 딜러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걸고 차량을 소개한 뒤 실제 판매로 연결하면서 정보 제공과 영업을 결합한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형 플랫폼이 이 방식을 브랜드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개인 딜러 채널이 특정 매물의 직접 판매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업형 플랫폼은 당장 구매 계획이 없는 시청자와도 관계를 쌓는 데 무게를 둔다. 소비자가 향후 중고차를 구매할 때 해당 플랫폼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중고차 플랫폼의 경쟁이 매물 확보와 가격 비교를 넘어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는 콘텐츠 경쟁으로 확장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