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매우 빨랐다(Incredibly fast)."
폴란드 정부가 한국산 'K2' 전차를 처음 인도받은 뒤 내놓은 평가다.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긴급 소요분 180대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초도 물량 10대를 폴란드 현지에 인도하며 이례적인 납기 속도를 입증했다. 2023년 3월에는 K2 전차 5대를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서 공급해 같은 해 6월까지 누적 28대를 인도했다. 이어 2024년 56대, 지난해 96대를 차례로 공급하며 180대 전량 납품을 차질 없이 완료했다.
이는 곧바로 역대 최대 규모의 후속 계약으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은 2025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K2 전차 116대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64대, 계열전차 61대 공급을 비롯해 폴란드 현지 조립생산과 기술이전이 포함됐다. 단순한 전차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기반까지 구축하는 형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북한을 뛰어넘는 전차를 만들자'는 목표에서 1995년 개발을 시작한 K2 전차는 이제 한국 방산의 대표 수출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차 양산 100대, 2차 양산 106대, 3차 양산 54대 등 총 260대가 운용되고 있다. 4차 양산 물량 150대도 생산이 진행 중으로 초도 물량 10대는 올해 12월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 폴란드 1차 계약 물량 180대를 더하면 약 440대의 K2 전차가 국내외에서 운용 중이다.
해외 계약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폴란드와 체결한 계약 규모는 1·2차 계약을 합쳐 전차 360대와 계열전차 61대를 포함한 총 421대에 달한다. 현재 1차 계약 물량은 모두 납품을 마쳤으며 2차 계약은 초도 물량 14대의 납품이 진행 중이다. 특히 폴란드형 K2 전차에는 대전차 유도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동방호체계(APS)와 드론 재머(ADS)가 새롭게 적용된다.
현대로템은 이를 기반으로 중동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중동형 K2 전차 'K2ME'를 처음 공개했다. K2ME는 섭씨 50도의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수출형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기존 일부 외국산 부품 사용으로 중동 수출에 제약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K2 전차의 부품 국산화율을 약 9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K2 전차는 디지털 기반으로 개발된 3.5세대 주력전차로 화력과 기동성, 방호력을 두루 갖춘 것이 강점이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수요국의 작전 환경과 요구 사항에 맞춘 맞춤형 개발이 가능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유지·보수(MRO) 체계 구축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주무장인 120㎜ 활강포는 현재 북한이 운용 중인 대부분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강한 화력을 갖췄다. 자동장전장치를 적용해 3명의 승무원으로도 6초 이내 재사격이 가능하다. 병력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적인 전투 수행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동성도 강점이다. K2 전차에는 유기압식 현수장치(ISU)가 적용돼 진동과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물론 차체를 앞뒤와 좌우로 기울여 다양한 지형에서도 기동 사격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1500마력급 고출력 엔진을 탑재해 도로에서는 시속 70㎞, 야지에서는 시속 5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천에서는 최대 수심 4.1m까지 잠수도하가 가능해 다양한 지형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K2 전차의 진면목은 자체 방호 능력에 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교란하는 유도교란형 소프트킬과 직접 무기를 타격하는 대응파괴형 하드킬 방식의 능동방호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특수장갑과 반응장갑으로 구성된 수동방호체계를 통해 전차탄과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상부 공격까지 대응할 수 있다. 중성자 차폐 라이너와 양압장치도 적용돼 핵·생물·화학(NBC) 환경에서도 승무원의 생존성과 전투 지속 능력을 확보했다.
현대로템은 2040년 전장 환경을 겨냥한 차세대 전차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서울 ADEX(국제 우주항공·방위산업 전시회)에서는 처음 공개한 차세대 전차 콘셉트 모델은 130㎜ 주포와 경량 세라믹 복합장갑을 적용해 화력과 방호력을 높이는 동시에 무게는 줄인 것이 특징이다. 승무원 공간만 집중 방어하는 캡슐형 승무원실도 적용된다.
미래 전장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기술도 대거 반영된다. 스텔스 기술도 적용해 적의 탐지와 대전차미사일 유도를 방해하고 전동화 추진체계를 통해 기동 시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과 원격 운용 기능까지 갖춰 미래 무인·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K2 전차는 우수한 기동성과 화력, 생존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운용 환경에 맞춘 맞춤형 개량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현지화와 신속한 납기, 높은 국산화율,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MRO)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