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9440억' 어떻게 마련하나...SK실트론 매각 딜레마

김지현 기자
2026.07.26 05:26

재산분할금 마련 과제…SK㈜ 지분 활용은 경영권 등 문제-SK실트론 매각은 'AI 올인' 전략에 배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그룹의 SK실트론 매각을 둘러싼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대규모 재원 마련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올인' 전략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SK㈜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SK실트론 매각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실트론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의 SK실트론 지분과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지분 19.6%를 합한 70.6%, 여기에 최 회장 보유 지분 29.4%의 매각이 그동안 추진돼 왔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지난해 12월 두산그룹이 선정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SK실트론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협상은 장기화하고 있다.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AI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다. SK실트론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실제 SK 내부에서는 SK실트론을 매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법원 판결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최 회장이 가진 핵심 자산은 SK㈜와 SK실트론 지분 정도다.

최 회장은 총 1297만5472주(지분율 17.9%)의 SK㈜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4일 종가(63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9440억원은 약 150만주의 시가에 해당한다. 다만 SK㈜ 지분 매각이나 담보 설정이 확대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와 최대주주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 회장이 해당 지분을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실트론 매각 추진 일지/그래픽=이지혜

SK실트론 매각을 선택할 경우 그룹 전략과 최 회장의 메시지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AI 풀스택(full stack)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 역시 확대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 행사 등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났다. 2024년부터는 'SK AI 서밋'을 개최하며 TSMC, 오픈AI 등과의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산에 국내 최초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했고 정부 메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210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AI 중심 전략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만에서 "향후 5년 안에 전속력으로 메모리 반도체(웨이퍼 기준)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제주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올해보다 내년 수요가 최대 100% 더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상황이 달라지며 SK실트론 매각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며 "AI 밸류체인을 확보하려는 SK그룹 입장에선 딜레마를 맞닥뜨리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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