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유럽서 차 못 팔아"…플라스틱 재활용률 4%→15% 발등의 불

김지현 기자, 강주헌 기자, 김도균 기자, 최경민 기자
2026.08.13 06:00

[리사이클 자원강국]<3>자원의 보고 폐자동차(上)

[편집자주]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국제 분쟁의 증가 추세 속에 자원이 곧 안보인 시대가 열렸다. 리사이클링은 자원빈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자원강국'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확인해봤다.

車플라스틱 재활용률 4%서 15%로…완성차업계 '발등의 불'

현대자동차그룹 재활용률 및 EU 규제/그래픽=김지영

완성차업계가 앞으로 6년 내에 거의 모든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출시하고 있는 차량의 평균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4% 수준이다. 가장 높은 재활용률을 기록한 차량은 기아의 EV4로 약 4.5%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매년 철강과 비철금속, 플라스틱 등 약 20만톤의 자원을 폐차에서 회수하고 있다.

폐자동차 리사이클(재활용)과 관련해서는 도전적인 시장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EU(유럽연합)가 ELVR(폐차처리규정)을 이달부터 발효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LVR에 따르면 2032년 9월부터는 신차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15% 이상 적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최소 20%는 폐차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여야 한다. 현 4% 수준인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15%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해외 시장에 자동차를 파는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활용 소재 비율을 높이면서도 자동차의 성능과 가격, 물량 모두를 만족시키는게 관건인 셈이다.

홍성준 현대차 탄소중립기술혁신팀장은 "ELVR을 충족시키려면 눈에 보이는 부품 약 150~200개 대부분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석유화학업계와 협업해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는 폐차 부품을 재활용해 개발한 소재를 다시 신차에 적용하는 '카 투 카(Car to Car)'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재활용 생태계가 아직 미비하다는게 문제지만 더 큰 변수는 비용이다. 바스프·LG화학·미쓰비시화학·사빅 등 글로벌 화학사들이 참여한 GIC(글로벌임팩트연합)가 지난 1년간 자동차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현재 대비 75% 이상의 비용 절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찰리 탄 GIC CEO(최고경영자)는 "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처리 물량이 증가하면 비용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 강국인 한국 역시 폐차에서 더 많은 고부가가치 소재를 회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 범퍼, 제네시스 헤드라이너…늘어나는 자동차 재활용 부품

현대차 지속가능한 소재 적용 사례/그래픽=이지혜

현대자동차 차량에 쓰인 재활용 소재는 이미 '눈에 보이는 곳'까지 들어와있다. 외장 도료에서 실내 마감재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개발을 끝낸 뒤 양산 적용을 검토 중인 부품도 늘고 있다. 현대차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의 경우 4% 수준으로 유럽 평균치(약 2~3%) 보다 앞서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2032년부터 신차에 적용될 유럽 ELVR(폐차처리규정) 기준(15%)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현대차는 우선 폐타이어에서 추출한 안료를 넣은 페인트를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아이오닉 5 N'에 처음 적용한데 이어 '아이오닉 6'의 범퍼 로워 커버 등 외장 부품에도 들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GV60'과 '일렉트리파이드 GV70·G80'의 경우 헤드라이너(천장재)와 필라 트림, 선바이저, 패키지 트레이 등 실내 부품에 재활용 소재가 활용되고 있다.

일단 재활용률과 안전 규제를 모두 충족하는게 과제다. 에어백·안전벨트 등 안전 관련 부품에는 재활용 소재 사용을 제한하면서, 나머지 부품에서 더욱 높은 함량 기준을 충족하도록 만든다. 최민호 현대차그룹 외장·클로저재료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안전과 직결된 부품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품의 재활용 소재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함량을 몰아주기 좋은 곳은 덩치가 큰 부품이다. 같은 비율을 넣어도 무게가 나가는 만큼 차 한 대의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다. 범퍼나 도어 트림에 쓰는 PP(폴리프로필렌), 헤드라이너 같은 실내 섬유에 쓰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열을 견뎌야 하는 부품에 쓰는 PA(폴리아미드)에 개발이 집중되는 이유다.

리사이클(재활용) 방식은 두 갈래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녹인 뒤 다시 부품으로 찍어내는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 반응을 거쳐 석유에서 막 뽑은 원료 수준으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이다. 홍성준 현대차그룹 탄소중립기술혁신팀장은 "화학적 재활용은 현재 양산 적용은 어렵고 기계적 재활용이 지금은 메인"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준 현대차그룹 탄소중립기술혁신팀장/사진=현대차

재활용 소재는 많이 넣을수록 물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기술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는 색상과 투명도, 긁힘에 견디는 성능, 난연 성능까지 새 소재와 같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재활용 함량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물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가 특정 기업에 묶이지 않는 개방형 협업 방식을 택하고 국내외 석유화학사와 정기 기술교류회를 운영하는 것도 재생원료의 물성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재생원료 비중을 더 끌어올린 부품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폐차 부품을 재활용한 재생원료를 50% 쓴 펜더(바퀴덮개) 사이드 커버, 폐차 부품에 생활계 폐기물을 더해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인 펜더 인슐레이터가 개발 단계에 있다. FEM(프런트엔드모듈) 캐리어와 소음을 차단하는 대시 인슐레이터는 개발이 끝났다. 이들 부품이 실제 차에 투입되는 시점은 신차 개발 일정과 재료비, 공급 여건에 따라 갈린다.

재생원료를 어디서 가져올지도 관건이다. 현대차는 폐차에서 회수한 소재를 신차에 다시 넣는 '카투카(Car to Car)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철강·알루미늄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모터를 5개 핵심 대상으로 정해 순환 고리(클로즈드 루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재생원료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중장기 로드맵을 검토 중이고 소재 추적·관리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

규제 대응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해외 브랜드의 경우 이를 상품성으로 앞세우고있다. 볼보 'EX30'은 알루미늄의 약 25%, 플라스틱의 약 17%를 재활용 소재로 채웠다고 공개했고, 미니(MINI) '컨트리맨'은 대시보드 표면을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직물로 마감했다.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재활용 소재 선호가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 현황/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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