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에 구리 가격도 뛴다…전선업계 '반사이익' 기대

최지은 기자
2026.08.13 16:30

구리 가격 톤당 1만4000달러대 지속…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원가연동 효과 맞물려

최근 3개월 간 LME 구리 현물 기준가격 추이/그래픽=김지영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전선업계의 실적 기대감이 커진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선 수요가 늘어난데다 구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원가연동 구조가 맞물린 영향이다. 구리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톤(ton)당 1만437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톤당 1만4455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3일 톤당 1만3945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이후 줄곧 1만4000달러대를 유지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확충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자극했다. 구리는 송전 케이블 등 전력 설비의 핵심 소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송전 설비에는 일반 전력망보다 5~7배 많은 구리가 투입된다. 반면 공급 확대 여력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상위 20대 광산은 광산 노후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리 생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6월에는 글로벌 2위 구리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구리와 코발트 정광 수출을 금지하는 등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도 이어졌다.

구리를 핵심 원자재로 사용하는 전선업계에는 가격 상승이 통상 호재로 작용한다. 구리 가격 변동분을 제품 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조항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판가도 함께 상승해 매출 외형이 커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구리가 전선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 직원들이 동해항에서 선적중인 해저 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실제 대한전선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987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초고압·해저케이블 수요 확대에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판가 인상 효과가 더해지며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LS전선 역시 구리 가격 강세에 따른 판가 상승 효과가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지난해 4분기 톤당 1612만원에서 올해 2분기 톤당 1940만원으로 상승해 외형 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향 버스덕트 매출 확대 영향 등으로 역대 최고 수준 분기 실적과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선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재편된 점도 판가 상승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 인프라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면서 발주처들이 가격보다 납기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게 된 영향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5년까지 현재의 약 4배 수준인 194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구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빨리 전선을 확보해서 깔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감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의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동성까지 추가로 반영된다면 연내 톤당 1만6000달러선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제한적인 공급과 빠르게 팽창하는 수요, 뒤늦게 반영되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구리는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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