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전력기기 업체들이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북미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면서 유럽까지 시장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은 오는 23~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력망 기술 전시회인 'CIGRE 2026'에 참가한다. CIGRE는 세계 각국 전력회사와 산업계,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전력 송·배전 분야의 세계 최대 국제기구다. 100여개 회원국과 1200여개 기관, 1만5000명 이상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국내 업체들은 육불화황(SF6)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GIS를 전면에 내건다는 계획이다. 주요 제품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연관 세션도 개최한다. GIS는 송전망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설비인 고압차단기의 한 종류다. 유럽 시장에서는 친환경 GIS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31년부터 GIS에 환경유해물질인 SF6 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친환경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세계 송배전사들의 친환경 GIS 도입은 약 20% 늘어났다. 현재 전세계 친환경 GIS 설치량 중 약 40%는 유럽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 대부분은 친환경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국내 최초로 420kV(킬로볼트) 친환경 고압차단기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또 유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 적격심사(PQ)를 통과하며 현지 공급 자격을 확보해왔다.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네덜란드의 유럽 연구개발(R&D)센터를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친환경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SF6 가스 대신 드라이에어를 적용한 145kV 차단기를 개발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친환경 GIS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GIS 자체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북미 지역에서는 단가가 낮은 대신 설치 면적이 넓은 AIS(공기절연개폐장치)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변전소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더라도 설치 면적이 좁은 GIS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친환경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친환경 GIS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 맞춰 수출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