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공실 걱정되는 수익형 부동산, 계약해제 방법

허남이 기자
2026.08.21 17:34

"잔금까지 치렀는데 임차인을 못 구하면 어떻게 하죠.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제할 방법은 없을까요." 최근 지식산업센터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분양받은 사람들의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분양 당시에는 높은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했지만 막상 입주시기가 다가오니 주변에는 공실이 쌓여 있고, 잔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자와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는 것이다.

이경호 대표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차율

그러나 단순히 예상했던 수익이 나지 않는다거나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계약은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이미 계약했으니 무조건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계약서와 실제 사업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수분양자에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입주지연이다. 필자가 최근 항소심을 수행한 지식산업센터 사건에서 분양계약서상 입주예정일은 '2023년 11월'이었고,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되면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시행사는 2024년 3월 4일에야 사용승인을 받았다. 수분양자들은 입주지연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주장했지만 1심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023년 11월의 말일인 11월 30일부터 3개월이 지난 2024년 3월 1일 약정해제권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시행사가 계약서의 '공정에 따라 입주예정일이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입주예정일 자체가 변경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행사가 입주예정일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면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였다.

주목할 점은 수분양자들이 해제권 발생 하루 전인 2월 28일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내용증명의 문구와 당시 상황을 살펴 2월 29일까지 입주지연이 계속돼 해제권이 발생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리 해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고, 결국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1심에서 패소했던 수분양자들은 항소심에서 계약해제를 인정받았고, 시행사와 신탁사는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지식산업센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사정과 법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입주지연, 계약서상 해제조항, 실제 사용승인 시점, 시행사가 주장하는 입주예정일 변경의 근거, 해제통지의 시기와 내용 등을 하나씩 검토해야 한다. 특히 잔금일이 임박했다면 판단을 미뤄서는 안 된다. 해제권이 있는데도 모르고 잔금을 지급하거나 소유권이전 절차까지 진행하면 법률관계가 훨씬 복잡해질 수 있고, 반대로 해제권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잔금 지급을 거절하면 오히려 수분양자의 채무불이행이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공실과 대출이자가 걱정돼 계약해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막연히 고민하기보다 분양계약서와 입주 관련 통지, 사용승인일, 내용증명 등을 놓고 해제권이 발생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수억원짜리 분양계약에서 잔금을 낼 것인지, 계약에서 빠져나올 것인지는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계약서의 문구와 날짜가 결정한다. /글 법무법인 차율 대표 이경호 변호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