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양사의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견조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를 입증한데 이어 최소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6일(현지시간) 진행한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 중 베라 루빈(Vera Rubin)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예상되며 '2028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성장할 것"이라며 "2028 회계연도 말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AI(인공지능) 컴퓨팅 플랫폼이다. '루빈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베라 CPU(중앙처리장치)' 등을 결합한 구조다. 루빈 GPU 1대에는 288GB(기가바이트)의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가, 베라 CPU 1대에는 1.5TB(테라바이트)의 LPDDR(저전력 데이터더블레이트)5X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 제품의 핵심 공급사다.
엔비디아 AI 시스템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메모리 수급난이 꼽힌다. 크레스 CFO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엔비디아의 성장을 견인하는 수요 급증의 징후"라며 "생산능력 추가 확대를 위해 주요 메모리 공급사 3곳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먼저 LTA(장기공급계약)를 제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약 74%였던 매출총이익률이 4분기에 71~7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SP(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용 서버 DDR5 가격은 3분기 전 분기 대비 13~18% 오른 데 이어 4분기에도 3~8%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LPDDR5X 가격도 3분기 8~13% 오른 뒤 4분기 최대 5%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5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8000억달러(약 1105조원)에서 내년 1조3000억달러(약 179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분기 각각 89조5000억원, 60조5426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전망치)는 658조4335조원에 달한다.
양사는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P4(4공장)를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연내 완전 가동한다. 공사가 중단됐던 P5도 지난 4월 착공을 재개했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메모리 생산 활용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북 청주에 신규 팹을 건설을 위 장기적으로 각각 600조원, 10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는 첨단 패키징 착공식을 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가 계속되는 한 메모리 수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