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알프스 등 고산지대가 많은 유럽 시장을 겨냥해 전기차의 내리막길 제동 성능을 보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고지대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완충한 뒤 긴 내리막길에 진입하더라도 회생제동 여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제동 성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28일 현대차·기아의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상반기 CBCR(Compulsory Battery Consumption for Regen·회생제동을 위한 강제 배터리 소모)과 HBCR(High-altitude Battery Charge limit for Regen·회생제동을 위한 고지대 배터리 충전 제한)을 개발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량이 100%에 가까우면 감속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에너지를 추가로 저장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회생제동이 제한되면 부족한 제동력을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를 사용하는 마찰식 브레이크가 대신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긴 내리막길에서 마찰식 브레이크를 반복해 사용하면 디스크에 열이 누적된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제동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페이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CBCR은 디스크가 과열됐을 때 배터리 충전 여력을 인위적으로 확보해 회생제동을 다시 활성화한다. 회생제동과 마찰식 제동이 제동력을 나눠 부담하도록 해 긴 내리막길에서도 감속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한다.
HBCR은 제동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낮추는 기능이다. 차량이 고지대로 올라갈 때 운전자에게 배터리 충전량을 90%로 제한할지를 묻는 팝업을 표시한다. 운전자가 동의하면 고지대 충전 이후에도 배터리 용량의 10%가량을 비워둬 내리막길에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내리막길에 진입할 때부터 회생제동 여력을 확보해 마찰식 브레이크에 열이 집중되는 상황을 예방한다.
CBCR이 브레이크 디스크 과열 상황에서 회생제동을 되살리는 기능이라면 HBCR은 완충을 제한해 과열 가능성을 미리 줄이는 기능인 셈이다. 두 기능을 통해 회생제동 비중을 유지하면 제동력 저하를 예방하는 동시에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의 마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회생제동 제한은 전기차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특성이다. 테슬라도 사용설명서를 통해 배터리가 차갑거나 완충된 경우 회생제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테슬라 일부 차종은 이때 일반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시켜 감속 성능을 유지한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두 기술은 배터리 충전 상태를 직접 조절해 회생제동 여력 자체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기술은 고도차가 크고 긴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유럽 지역의 주행 환경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알프스를 중심으로 고지대 충전소와 장거리 내리막길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이 전기차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만큼 지역별 도로 환경에 맞춘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