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가격 인상 대상을 유통업체에서 완성품 업체로 넓히고 있다. 범용 제품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서버에 쓰이는 고사양 제품도 대상이다. 유통 단계에 한정됐던 가격 조정이 실제 생산 고객사까지 이어지면서 MLCC 가격 상승 압력도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4분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고객을 대상으로 MLCC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범용 소비자용 X5R 제품은 평균 25~30%,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사양 X6S 제품은 고객사와의 협상에 따라 평균 10~2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정은 앞선 가격 인상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앞서 삼성전기는 이달부터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MLCC 가격 30% 인상했다. 하지만 4분기에는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OEM·ODM 고객까지 인상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 서버에 쓰이는 고사양 X6S까지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범용 X5R과 고사양 X6S의 가격 인상 배경은 다르다. 삼성전기는 X5R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려 주문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생산여력을 고사양 제품 생산라인 확대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AI 서버용 X6S는 늘어난 수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범용 제품의 주문을 조절하면서 고사양 제품의 생산 비중을 늘리려는 삼성전기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고용량 소비자용 MLCC 주문 일부가 대만과 중국 업체로 이동하면서 이들도 4분기 가격을 평균 10~20%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체의 가동률은 이미 90% 수준에 근접했다. 범용 수요가 다른 업체로 분산되고 공급 여력까지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MLCC 수요가 늘면서 공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MLCC 제품의 재고 수준은 30일을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관련 수요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는 수급 격차가 더 벌어지고 가격 상승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MLCC 전방산업 전체의 수요가 강한 것은 아니다. 전통 ICT와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해 하반기 성수기 수요가 예년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MLCC 가격 상승은 전방 수요 전반의 회복보다는 AI를 중심으로 한 고사양 제품 수요 증가와 공급사들의 생산 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상승세가 MLCC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는 일본 업체의 움직임이 변수다. 무라타와 타이요유덴, 교세라는 현재 가격을 동결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기에 이어 대만·중국 업체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주요 업체까지 인상에 나설 경우 MLCC 가격 상승세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를 중심으로 고사양 MLCC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사들이 생산능력을 고부가 제품에 우선 배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일본 업체들의 가격 정책과 AI용 제품의 수급 상황이 MLCC 가격 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