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규등록 28%가 테슬라…"세금으로 美기업 돕는 꼴"

유선일 기자
2026.09.03 03:22

전기차 보조금 확대
30만대중 10만대 이상 차지 예상 '혜택쏠림 심화' 우려
국내 기여도 낮지만 혜택… "보급 목표에만 집중" 지적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전기차 충전소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뉴스1

내년 전기차보조금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그 수혜는 미국기업 테슬라에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해외 브랜드를 견제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확대에만 속도를 내면서 '세금으로 미국기업을 돕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보조금 예산을 올해 1조6114억원에서 내년 2조1403억원으로 32.8% 올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를 올해 30만대에서 내년 43만대로 늘리는 한편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때 지급하는 전환지원금 대상을 택시 등 영업용 차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기차보조금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수요급증세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신규등록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1%에서 올해 상반기 23.3%로 12.2%포인트(P) 상승했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급증'을 테슬라가 주도해 보조금 혜택 쏠림현상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23만70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3.3% 늘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차량 신규등록(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 기준)만 살펴보면 2만6569대에서 6만6376대로 150% 급증해 전체 전기차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국내 전기차 보급확산을 테슬라가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올해 국내 신차판매가 처음으로 연 10만대를 넘길 것이라고로 예상한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중 테슬라 차량의 비중을 따지면 28%에 달한다. 각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모델별로 보조금지급액이 달라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보조금 예산의 상당액이 테슬라에 쏠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테슬라 차량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보조금 예산증액으로 이 회사가 받는 혜택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는 자동차가 국가전략산업인 점을 고려해 보조금체계를 개선해 국산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난 5월 전기차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평가항목으로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 5개 분야를 제시하며 배점이 가장 큰 '공급망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가 선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월말에 발표한 보급사업 수행자에 테슬라는 그대로 포함됐고 중국 BYD가 탈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국내 제조공장이 없고 상대적으로 고용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공급망 기여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평가결과가 나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각 완성차업체의 평가점수가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기차 보급확대'라는 목표에 집중하며 국산 브랜드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총 4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보급 대수가 100만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매년 70만~80만대는 판매해야 달성 가능하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 보호·지원보다 무리한 보급목표에 집중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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