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부과된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 또는 완화해달란 대한항공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 등에도 전반적인 항공여객 수요 위축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5개 항공운송사업자가 신청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명령 변경 요청'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송부했다고 10일 밝혔다. 심사보고서에는 해당 요청을 기각하는 의견이 담겼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다. 단,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진 않는다. 향후 독립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40개 노선에 대한 공급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축소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중동전쟁 이후 불거졌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와 환율 급등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전반적인 항공여객 수요 위축이 발생하면서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올해에 한해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에 대한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해주거나 완화해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해당 요청을 기각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항공권 발권내역을 바탕으로 각 노선별 2026년 전체 항공여객수요를 추정한 결과, 중동전쟁 발발과 그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에도 전체 노선에서의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변경해야 할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본 것이다.
심사보고서가 위원회 결정을 구속하지는 않지만, 전원회의 심의에서도 사실상 기각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공정위는 대한항공 측의 조사방해 행위와 관련해 대한항공 및 직원 3명에 대한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지난 2월2일부터 2월6일까지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90%에서 70%로 낮춰달란 대한항공 측의 시정명령 변경요청 건을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 3명은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전자메일(이메일)을 삭제하며 조사를 방해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청주-제주 노선의 시정명령 변경요청 건에 대해서도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청주-제주 노선의 시정명령 이행이 곤란한 새로운 사정 변경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들의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의견 진술 기회 제공 등 절차를 통해 피심인들의 방어를 충분히 보장하고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며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