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북은 김선 작가의 신작 시대소설 '잊혀진 날들'을 2026년 추천 소설로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책은 한국 전쟁 이후 피난민촌을 배경으로 남편의 가출 뒤 거적때기 움막에서 다섯 남매를 키워낸 청주댁 일가의 생존기를 다룬다. 빈곤의 현실적 묘사와 함께 세대 간의 이해와 가족의 화해 과정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페스트북 편집부는 "이 소설은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윗세대의 헌신과 회복의 과정을 보여주는 시대의 증언이다. 밑바닥 삶의 고통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껴안고 용서하는 모습을 사실적인 문체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저자 김선은 50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뒤 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화려한 번영 이면에 묻혀 있던 선대들의 고단한 회복기를 자녀 세대에게 전하고자 펜을 들었다. 이 폐허의 기록이 새로운 백년을 열어갈 젊은 세대에게 숭고한 성찰의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래는 작가와의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참 좋아했다. 미국에 건너가 정신없이 살면서도 틈틈이 글을 썼다. 옷감을 자르고 한 땀 한 땀 드레스를 짓듯, 한 글자 한 글자 문장을 심었다. 제 하루는 새벽 3시 반에 시작되는데, 옷감을 가위질하고 미싱을 돌리는 틈틈이 글을 다듬고 정성껏 다림질하듯 완성했다.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는 과정은 마치 제가 새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전쟁 직후의 움막촌을 소재로 꺼낸 이유는.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도 현대인들이 겪는 묘한 허기를 보았다. 일에 지친 청춘들을 보며, 전쟁 직후 끔찍한 가난을 견뎌낸 한 가족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길 바랐다. 가난은 끝이 없는 족쇄 같았지만, 밤낮없이 살아내어 오늘날의 기적을 일궈냈지 않는가. "엄마 시대도 참 아프고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살아왔단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렴." 하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무엇인가.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상대방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는 '이해'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질책하는 대신, 각자의 잘못을 되새기며 서로를 껴안는 것이다. 나아가 저에게 '연민'이란 평생 먹고사는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꿈을 깊숙이 묻어둔 채 살아온 제 자신을 향한 위로이기도 하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동시에, 묵묵히 버텨온 자신을 향한 따뜻한 이해가 진정한 화해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