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장비 업황이 긴 다운사이클을 지나 업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광산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가세하면서 비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건설장비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12일 관 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약 143조루피(약 198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직전 7년간 투자액(67조루피)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인도 굴착기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에서는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 성장에 따라 구리·니켈 등 비철금속 수요가 늘면서 광산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아프리카 굴착기·휠로더 시장 역시 과거 1만~2만대에서 올해 약 3만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장비 수요가 부진했던 북미와 유럽에서는 각각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건설기계 전문 시장조사업체 오프하이웨이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까지 역성장했던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올해 1%, 내년 2% 증가한 뒤 2028~2029년에는 매년 3%씩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수요 둔화로 고군분투하던 HD건설기계·두산밥캣 등 국내 건설장비 업체들도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HD건설기계는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 급증한데다 에티오피아·수단의 금광 개발 등에 힘입어 아프리카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도 지난 5월 점유율 20.5%로 일본 히타치·영국 JCB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HD건설기계는 지역별 맞춤 전략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인도에서는 굴착기 연간 생산능력을 9000대로 확대했고, 2030년까지 1만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미니 굴착기 라인업 확대와 친환경 제품 출시, 휠 굴착기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HD건설기계의 엔진 사업에도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HD건설기계가 생산하는 발전용 엔진이 데이터센터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용 발전 설비 수요가 총용량 기준 북미에서 6배,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2.3배, 아시아·태평양에서 2.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 본체를 수주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북미 시장 비중이 높은 두산밥캣도 AI 데이터센터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전체 매출의 약 75%가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상업시설·인프라·유틸리티·제조업·광산업 등 비주택 관련 수요가 약 32%를 차지한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북미 비주택 투자가 확대되면 소형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시장 의존도를 점차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인도, 브라질, 호주 등에서도 건설되고 있어 관련 인프라 투자가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건설장비 업체들의 회복 강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