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조합의 자금 집행을 둘러싼 횡령·배임 사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형사사건에서는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경찰의 판단에 불복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로 제한했다. 종전에는 별도의 법정 기간 제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다만 새로운 기간 제한은 개정법 시행 이후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건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간 제한만이 아니다. 불송치 결정서의 제공과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절차도 정비됐다. 고소인으로서는 경찰이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증거를 배척했으며, 무엇을 판단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강화된 셈이다.
다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는 필요성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으므로, 확보 가능한 기록의 범위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불송치 판단의 법리적·증거상 문제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중요하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불송치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다.
예컨대 조합 임원이 총회 의결 없이 거액의 자금을 지출했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된 사건을 생각해 보자. 경찰이 조합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면, 총회 의결이 없었다는 사실만 반복해서는 결론을 바꾸기 어렵다. 이때는 해당 지출이 조합에 어떠한 재산상 손해나 구체적인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는지, 조합장이 자신의 임무를 위배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지출을 강행했는지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절차상 위법과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의신청에 앞서 세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찰이 핵심 증거를 누락하거나 잘못 평가하지 않았는지, 인정된 사실에 법리를 잘못 적용하지 않았는지, 기존 판단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더라도 기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을 다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판단을 재검토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다.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과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형사사건은 사업구조와 자금 흐름,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계약 위반이나 절차상 하자를 형사범죄로 오인해서도 안 되지만, 복잡한 사업구조 뒤에 가려진 위법행위를 놓쳐서도 안 된다. 형사법적 판단과 부동산·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함께 요구되는 이유다.
불송치 결정이 사건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개월이라는 기간을 단순히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시간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판단을 뒤집을 근거를 찾아내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주장의 강도가 아니라, 사실관계와 증거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법리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 법무법인 차율 대표 이경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