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대표소송 등 2건 잇따른 승소…영풍·MBK는 항소

박한나 기자
2026.10.22 15:13
고려아연 주주대표 소송 2건 모두 승소./그래픽=이지혜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소송 등 총 2건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손해배상 청구를 각각 기각했다. 영풍·MBK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소송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고려아연은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영풍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2024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 추진된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영풍·MBK는 같은 해 9월1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에 대응해 10월2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양측의 공개매수 규모는 각각 약 1조8300억원과 1조8900억원이었다.

영풍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 회장 등 경영진의 지위 유지를 위한 결정으로,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매입 자금으로 사용한 것도 상법과 회사 정관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임의준비금은 회사가 특정 목적 등을 위해 이익의 일부를 따로 쌓아둔 자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영풍 측 공개매수를 경영상 위협으로 인식하고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 공개매수 가격 및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점을 들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금 사용 역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법상 자사주 취득 규정이 취득 금액의 총한도를 제한할 뿐 자금 출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의 사용을 제한한 고려아연 정관 규정은 중간배당에 관한 것으로, 자사주 취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정용신 부장판사)는 MBK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약 275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약 304억원의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소송은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MBK 측은 경영진이 이사회 결의 없이 지분을 저가에 처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잇따른 승소로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와 영풍은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위해 당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묻지마 식' 소송 남발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MBK는 두 판결에 모두 유감을 표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1조6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조달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회사에 83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상급심에서 자사주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규명하겠다"며 "한화 지분 관련 소송 역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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