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중단하면서 미국 신규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공장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다롄 공장 수익과 모회사의 자체 자금 활용 여부가 주요 변수다.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솔리다임의 IPO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검토 중단에 따른 투자·재원조달 방향을 밝혔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투자와 재원 조달 방안은 솔리다임과 당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규 공장의 투자 규모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외신에서는 솔리다임이 미국 상무부와 45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낸드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자금조달 구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중국 다롄 공장과 미국 신규 투자의 연계다. 솔리다임은 다롄 공장의 공정을 최신화해 수익성을 높인 뒤 여기서 발생하는 자체 현금을 미국 공장 건설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미국 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반입 허가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중국 공장에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한 만큼 다롄 공장 장비 반입 승인이 지연될 경우 공정 최신화와 자체 자금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모회사 자체 자금도 선택지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말 현금 보유액은 114조5000억원, 순현금은 98조7000억원이다. 다만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면 자체 자금만으로 모든 투자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발표한 국내 중장기 반도체 투자 계획만 1100조원에 달한다. 경기 용인 600조원과 충북 청주 100조원,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400조원 등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신규 생산시설 투자까지 추진되면 자금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반 인프라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되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 등 실제 공급 증가로 연결되는 핵심 자원은 수요에 따라 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기관 차입과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중장기 순현금 목표와 적정 현금 수준을 고려해 재무 여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조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다.